24일 엘아이에스는 23.99% 내린 6050원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26.3% 급락했다. 16일 장중 고점 1만3550원이었다. 일주일만에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 엘아이에스는 “계약금이 입금예정일인 12월 23일까지 미입금 되었다”며 마스크 공급계약을 철회했다.
사태의 발단은 16일에 나온 ‘1조원 마스크 수출’ 소식이다. 이날 엘아이에스는 9820억원어치 마스크를 태국 더블에이(Double A) 그룹에 수출한다고 장중에 공시했다. 더블에이는 1991년 설립된 태국 제지업체로 ‘더블에이’라는 상표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공시가 나온직후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엘아이에스의 본업이 디스플레이 장비라는 사실도, 시가총액 1000억원 수준의 초소형 기업이라는 점도 중요하지 않았다. 작년 매출 1451억원의 기업이 1조원에 가까운 계약을 따냈다는 ‘대박 소식’이 매수의 근거가 됐다.
이날(16일) 개인들은 36억410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는 장중 1만3550원까지 급등했다. 52주 최고가였다. 이후 24일까지 개인들은 총 87억21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기간 기관은 11억6400만원을 팔아치웠고, 외국인은 2억7500만원을 순매도했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더블에이 코리아가 22일 “엘아이에스와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적이 없다”고 발표하면서다. 더블에이 코리아는 더블에이 그룹의 한국지사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엘아이에스를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시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1조원 마스크 계약을 공시하기 전날 엘아이에스는 상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타법인’이 매도를 주도했다는 점을 두고 개인 투자자들은 ‘작전’이 아니였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투자조합이나 일반 상장법인 등을 의미한다.
엘아이에스는 2003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다. 최대주주는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지분율 21.84%)로 중국 기업인 장쑤야웨이정밀격광과기유한공사의 자회사다.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는 작년 9월 수인코스메틱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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