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강행 처리하기로 했다. ‘막말 논란’ ‘특혜 채용’ 등 변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정의당조차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여당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거대 여당이 장악한 21대 국회가 출범한 이래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차관급 인사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위 소속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현재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계속 상승 중인 집값과 전셋값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 안정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변 후보자는 시민단체, 교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이론과 현장감을 갖춘 자질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캠프 출신이라고,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도 “장관은 신과 같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한 인재를 데려다 쓰는 것”이라며 “변 후보자는 식견과 정확한 소신을 가진, 충분한 능력이 있는 후보자라는 것이 청문회에서 확인됐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이날 변 후보자의 ‘막말’도 옹호했다. 변 후보자는 SH공사 사장 재직 시절 구의역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군에 대해 “걔만 신경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내부회의고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사실상 옹호하는 듯한 말을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을 잘 안 먹는다’는 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두둔했다.
정의당도 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은 청문회 과정과 국민의 뜻을 종합해서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그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 결여는 국민 정서와도 크게 괴리된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 후보자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26번째 장관이 되는 것이다.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7월 김창룡 경찰청장을 시작으로 변 후보자까지 총 6명의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낙마한 사례가 아직 한 차례도 없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