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백신정책은 오락가락이다. 늑장 백신 확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본부장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먼저 접종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를 관찰할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여당도 “안전성 우선”을 내세우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백신 확보가 그리 급하지 않다는 투였다.
그러더니 어제는 얀센과 화이자 백신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는 접종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한다. 정세균 총리는 “얀센 백신은 내년 2분기부터 접종하고, 내년 3분기로 예정된 화이자 백신 도입시기를 2분기 이내로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여당 원내대표 역시 접종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방역도 백신정책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당에 의료시스템마저 붕괴 직전 상황에 처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병상 확보난으로 일반 중환자들까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그제 ‘국가 의료위기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코로나 치료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올해 코로나 이외 사망자 수가 1만9000여 명으로 6%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음압병상 확충을 위해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으로 375억원을 확보했지만 11월 말에야 비로소 이 돈이 대학병원 등에 배정됐다는 사실이다.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정작 이 중요한 일은 의견수렴을 한다며 8개월간이나 허송세월을 한 결과 병상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K방역이 정부의 감염병 무지와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이젠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미국에선 백악관 코로나TF의 한 조정관이 최근 사의를 밝혔다. 국민에게는 모임 자제를 촉구하면서 본인은 연휴에 가족모임을 가진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우리 국민은 혹독한 세밑을 보내는데 정부의 그 누가 사과했다는 얘기도, 물러났다는 소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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