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는 극심한 대립과 분열을 초래한 동시에, 과연 대한민국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게 했다. 앞장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사회지도층이 이중잣대와 위법·탈법·편법 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청년들에게 분노와 절망감을 안겨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법원의 첫 판결은 단호했다. 검찰 기소 이후 1년3개월간 심리 끝에 내놓은 575쪽 분량의 판결문에는 유죄의 법리적 근거들이 빼곡하다. “피고인(정 교수)의 범행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을 일으키게 하고 믿음을 저버렸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권 지지층의 숱한 압박과 정치적 구호에 휘둘리지 않고 재판부가 엄정한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공정과 정의는 엄정한 사법 절차를 통해 지켜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음에 드는 판결이 나오면 ‘사법 정의’이고, 그 반대면 적폐로 몰아붙이는 ‘내로남불’식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만약 이번 판결의 피고인이 정 교수가 아니라 보수진영 인사였어도 이토록 ‘적폐, 탄핵, 통제’ 운운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재판의 대상이 되든지 동일한 기준으로 판결하고 그에 승복해야 비로소 민주주의 가치를 말할 자격이 있다.
정 교수 측은 판결 뒤 항소하겠다고 했고, 조 전 장관 재판도 남아 있다. 여권은 이를 정치적 위기로 보고 지지층을 결집해 더욱 집요하게 법원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사법부는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결해 ‘법치의 최후 보루’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정치권력이나 여론이 아니라 엄정한 중립성을 통해서만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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