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달 24일 기세 좋게 밀어붙인 ‘윤석열 징계’ 사태는 결국 추 장관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 효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과 이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무리한 징계를 강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 복귀와 함께 향후 ‘월성 원전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네 가지 징계사유에 대해 각각 자세히 살펴봤다. 먼저 ‘재판부 분석 문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이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선 안 된다”면서도 “이 부분이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구체적 작성 방법과 경위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선 “(법무부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론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 본안재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의혹에 대해선 법무부가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사유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 측이 제기한 징계절차의 위법성 문제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위원장 직무대리로 위촉된 경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꼼수 기피의결 참여’ 등 논란에 대해선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징계위의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징계처분으로 인해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점, 법무부가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현 단계에선 이 사건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게 맞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원 결정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윤 총장의 ‘완승’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평가다. 향후 벌어질 본안소송에서 더욱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윤 총장 측은 심문 과정에서 줄기차게 “윤 총장이 직무정지될 경우 원전 수사 등 주요 수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면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 원전 수사 지휘 라인이 내달 인사에서 물갈이돼 관련 수사가 더욱 표류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윤 총장의 수사 지휘 공백이 없어지게 되면서 원전 수사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전날 ‘원전 자료 은폐’ 의혹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세 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사건의 본류 격인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장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인혁/안효주/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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