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GS25는 25일 크리스마스이브인 전날(24일)의 와인 매출을 집계해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8% 급증해서다. ‘마주앙’을 시작으로 30년 전 와인을 판매한 이후 최고치다. 올 12월(1~23일) 하루평균 매출과 비교해도 307% 늘었다.
정부의 ‘모임 봉쇄령’에 소비자의 ‘집콕 소비’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에선 24, 25일 이틀 내내 ‘계산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 주문폭주를 이기지 못해 24일 저녁 4시간 동안 ‘먹통’이 됐을 정도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선 성탄절 전야 케이크 판매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다음주 월요일께 나오겠지만 성탄절 연휴 이틀간(24, 25일) 매출(트레이더스 포함)이 과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0%, 고기류는 40%가량씩 증가했다”고 말했다. 와인 매출 역시 이마트 자체 예상치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급증세다. 회사 측은 “지난해 9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100억원 정도로 와인 매출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성탄절 특수 덕분에 1200억원을 넘길 전망”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쇼핑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방역을 강화하는 등 비상 태세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업체 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휴 때 여행을 못 가게 돼 손님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SSG닷컴의 배송 시스템인 쓱배송과 새벽배송도 95% 이상 주문 마감률을 보였다. SSG닷컴 관계자는 “평소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주문이 늘면서 1~1.5일 뒤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특화된 마켓컬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3일 주문 마감을 기존 밤 11시에서 8시로 앞당겼다. 마켓컬리의 23, 24일 주문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소비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지원금을 포함해 시중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자산 가격 상승효과까지 겹쳐 소비 심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요즘이 유통업체로선 실적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보다 빠르게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각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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