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금지에 '집콕 소비' 폭발…배달앱 먹통, 고기·와인 매출 40%↑

입력 2020-12-25 17:34   수정 2020-12-26 00:53


편의점 GS25는 25일 크리스마스이브인 전날(24일)의 와인 매출을 집계해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8% 급증해서다. ‘마주앙’을 시작으로 30년 전 와인을 판매한 이후 최고치다. 올 12월(1~23일) 하루평균 매출과 비교해도 307% 늘었다.

정부의 ‘모임 봉쇄령’에 소비자의 ‘집콕 소비’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에선 24, 25일 이틀 내내 ‘계산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 주문폭주를 이기지 못해 24일 저녁 4시간 동안 ‘먹통’이 됐을 정도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선 성탄절 전야 케이크 판매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트, 빵집, 편의점 등 “손님 몰려”
서울 양평동에 사는 ‘워킹맘’ A씨는 25일 인근 트레이더스 매장을 찾았다. 전날 미처 하지 못한 장을 보기 위해서다. 다들 어제 다녀갔겠거니 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한우 스테이크와 프리미엄 딸기 매대는 카트에 물건을 담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다음주 월요일께 나오겠지만 성탄절 연휴 이틀간(24, 25일) 매출(트레이더스 포함)이 과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0%, 고기류는 40%가량씩 증가했다”고 말했다. 와인 매출 역시 이마트 자체 예상치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급증세다. 회사 측은 “지난해 9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100억원 정도로 와인 매출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성탄절 특수 덕분에 1200억원을 넘길 전망”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쇼핑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방역을 강화하는 등 비상 태세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업체 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휴 때 여행을 못 가게 돼 손님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밀키트 제조사도 매출 급증
온라인 주문이 몰리면서 배송·배달업계도 눈코 뜰 새 없는 성탄절 연휴를 보냈다. 오토바이 배달대행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메쉬코리아의 화주(貨主)로 밀키트(즉석요리가 가능하도록 손질된 식재료와 요리법이 포함된 식제품) 제조사인 프레시지에 23일 주문량이 쏟아지면서 인력 부족 상황이 발생한 것.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인력 100여 명을 밤새 총동원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프레시지가 24일 부릉을 통해 출고한 물량은 이달 1~23일 하루 평균치와 비교해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SG닷컴의 배송 시스템인 쓱배송과 새벽배송도 95% 이상 주문 마감률을 보였다. SSG닷컴 관계자는 “평소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주문이 늘면서 1~1.5일 뒤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특화된 마켓컬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3일 주문 마감을 기존 밤 11시에서 8시로 앞당겼다. 마켓컬리의 23, 24일 주문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길거리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성탄절’
모임 봉쇄로 인한 외출 자제 효과가 나타나면서 길거리 음식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날 서울 명동은 크리스마스 연휴임에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한때 TV에 소개되며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졌던 용산 골목 상점들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이에 비해 여의도 IFC몰 등 고급 음식점이 밀집한 쇼핑센터는 성탄절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에도 불구하고 호텔 뷔페 취소율도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소비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지원금을 포함해 시중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자산 가격 상승효과까지 겹쳐 소비 심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요즘이 유통업체로선 실적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보다 빠르게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각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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