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산업현장에서 빚어질 수 있는 숱한 사고에 대해 구체적 기준 없이 기업 경영진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회사 내 인명사고에 대해 무조건 책임지라는 식은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기업 대표에게 추상적·포괄적 의무를 부여하며 ‘결과’를 형벌로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모호한 ‘위험방지 의무’ 위반 혐의는 형사법상 전제인 무죄추정 원칙과도 충돌한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현장관리자를 중첩으로 두고 관리감독을 강화해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사고다. 작업 현장별 여건부터 천차만별이고, 원인이 똑같은 사고도 없다. 원청·하청 간 업무 분담이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영역의 사고도 있을 수 있는 데다, 근로자의 명백한 과실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경영진과 원도급 기업에 광범위한 위험방지 의무를 지우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 준수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과도한 법”이라며 반대 입장문을 낸 것이다.
이런 식의 위헌적 법이 시행될 때의 파장도 지혜롭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 대형사고가 집중되는 중소기업이 먼저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릴 것이며, 소송증가 등으로 인한 혼란과 비용 증가 같은 후폭풍도 엄청날 것이다. 2년 전 논란 속에 안전규제를 강화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잘 운용하며 여러 산업현장의 위험요인을 줄여나가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5개나 쏟아진 법안에는 ‘사망사고 발생 시 무조건 징역’이나 ‘상한 없는 벌금형’ 같은 처벌조항도 있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사실상 반대의견이 아니더라도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문제 제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무리하게 법만 강화한다고 사고가 없어지는 것도, 안전사회가 구축되는 것도 아니다. 국정에 책임을 지는 집권 여당이라면 이런 법이 나라 경제에,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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