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을 강타한 키워드는 ‘따상’이었다. ‘따블’과 상한가의 합성어로, 신규 상장 주식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경우를 말한다. 공모주 시장에서 따상은 1년에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그러나 올해는 따상에 성공한 새내기주가 10개에 달했다.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따상뿐만 아니라 상한가가 이틀 지속되는 ‘따상상’, 사흘 이어지는 ‘따상상상’ 사례도 잇따랐다. 이 덕분에 올해 상장한 공모주의 평균 수익률은 60%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공모주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낼지 주목하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지난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이다. 이 회사는 증권가의 예상보다 몸값을 1조원가량 낮춰 승부수를 던졌다. 대기업 계열사인 데다 성장주로 꼽히는 제약업종으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SK바이오팜은 약 31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주가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모가 4만9000원에서 27만원까지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최초의 따상상상 사례다.
SK바이오팜은 공모주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에 몰린 청약 증거금은 30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증거금이 100조원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에는 각각 58조원이 몰렸다. 공모주 시장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빨아들였다는 분석이다.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졌다. 역대 최고 기록이 모두 올해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수요예측 경쟁률 1479 대 1, 이루다는 일반청약 경쟁률 3040 대 1로 각각 1위에 올랐다. 일반청약에서 1000 대 1 이상으로 열기를 띤 곳도 33개사(47%)로 나타났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 때문에 고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모주는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공모주 시장에선 올해만큼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고공비행하면서 예비상장기업들이 올해처럼 공모가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점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가, 유동성, 공모주 열풍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무리해서 공모가를 낮출 필요가 없어졌다”며 “내년에는 기업들이 몸값을 높여 자금을 충분히 모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대어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내년에는 기업가치가 20조원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3형제’와 몸값 30조원의 크래프톤, 50조원 이상의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줄줄이 IPO에 나선다. 내년 IPO 공모금액은 올해의 세 배인 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대어로 꼽히는 공모주들은 경쟁률이 높은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이 적다”며 “투자 열풍은 이어지겠지만 올해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우/전예진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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