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학과와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사진)는 의사로 응급실에서 일하던 중 휴대용 초음파기기가 있으면 초기 진단과 대처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2012년 힐세리온을 창업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제품 응용 단계까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3년 창업성장 자금 약 2억원을 받아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4년엔 융복합과제 지원금 4억9000만원으로 일체형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한 조영초음파 혈류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논을 활용하면 의사가 현장에서 초음파 영상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보며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가격이 대형 초음파 진단기 대비 10분의 1 수준인 900만원 내외로 개인병원, 보건소 등에서 활용하기 좋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스마트폰 앱 방식의 초음파 진단기기 가운데 최초로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것을 비롯해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도 인증을 획득했다. 올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및 성인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휴대용 초음파진단기기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인지도가 올라갔다.
이 회사 매출의 80%가량은 수출에서 나온다. 올 6월 러시아 정부의 앰뷸런스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기기 200대를 납품했다. 효용이 입증되면 1000대가량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류 대표는 “세계은행 차관을 통한 코로나19 긴급 대응품 구매 목록에 소논이 등재돼 방글라데시, 수단, 가나의 보건당국과 수출을 협의 중”이라며 “미국 군부대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입찰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내년 2월 소논의 차세대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제품보다 무게와 크기를 30% 줄여 휴대성을 강화하고 화질은 두 배 이상 개선한 제품이다. 류 대표는 “새 버전의 제품으로 2025년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무선 초음파기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난 1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내년 상반기에 기술성장성 평가로 코스닥시장 상장도 준비 중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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