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난지원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편성해 놓은 3조원 외에 올해 미집행된 2차 재난지원금 예산 5000억원과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예비비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비비는 목적예비비 3조8000억원과 일반예비비 1조6000억원 등 총 5조4000억원이다. 예비비를 재난지원금에 다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는 총 9조원가량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금인 예비비를 연초부터 대거 꺼내쓰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외에도 올해 집중호우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예비비를 연초부터 소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다. 코로나19 상황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될 수 있다. 또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하다 다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다가 지금과 같은 2.5단계 이상으로 언제든 격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늦어져 3분기까지 이런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때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이 타격을 받게 된다. 수입과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결국 내년에도 몇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말 43.9%, 내년 예산안 기준 47.3%다. 하지만 내년에 또 추경이 편성된다면 국가채무비율은 50%에 육박할 수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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