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우리 그냥 느낌대로 한 번 가자!"
피아노, 기타는 물론 첼로, 마림바, 해금, 트럼펫, 가야금까지. 어느 악기에든 바이올린을 잡고 뛰어들어 이내 음을 싣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호흡은 일순간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가수 헨리(Henry)에게 붙은 수식어는 '음악 천재'. 막연하게 음악을 잘 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자유자재로 음을 표현해내는 그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음악과 잘 어울려 노느냐는 의미가 더욱 어울리는 듯하다.
올 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경이 높아지고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심리적인 거리감까지 생겨날까 우려도 따랐다. 그 가운데 음악이 보여준 연대의 힘은 대단했다. SNS를 통해 각종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소소하게 시작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방구석 콘서트는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위로했다.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실력파 가수들이 해외에서 함께 버스킹을 하는 JTBC '비긴어게인'은 올해 무대를 국내로 옮겼다. 인천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코로나19 대유행을 크게 겪은 대구,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안동, 포항 제철소까지 전국 곳곳에 음악으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헨리의 음악성이었다. 포항 제철소에서 다양한 현장의 소리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루프스테이션을 선보인 그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돋보이는 창의성으로 '음악 천재' 수식어를 입증해냈다.
'비긴어게인 코리아' 전부터 헨리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통해 음악을 활용한 재치 있고 독창적인 영상들을 선보여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표현을 이어왔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활동 공백이 길어지는 만큼, 온전한 그의 곡에 대한 팬들의 갈증과 기다림도 쌓여가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무려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했다. 헨리는 세 번째 미니앨범 'JOURNEY'의 프로듀싱을 맡아 전곡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여기에 직접 악기 사운드까지 입히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독특한 신스 사운드, 보코더 등 아티스트 헨리의 삶과 음악, 세계관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앨범이었다. 골든, pH-1, 젠 니오, 그레이, 김고은, 박나래, 박준형, 이하이, 전현무, 제시, 한혜진, JINBO 등 각 곡에 어울리는 참여진들은 헨리의 컬러와 매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헨리 역시 컴백 기념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헨리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알리는, 나와 조금 더 가까운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북을 치며 시작되는 무대, 두 개의 피아노를 오가며 연주하는 헨리, 그리고 악기 사운드에 맞게 반짝이는 조명까지. 헨리는 듣는 음악의 감동을 시각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두 배, 세 배로 확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귀로만 들으면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그의 음악은 퍼포먼스와 만나 희망차고 웅장한 느낌으로 변모한다. 음악을 내 것으로 체화해 잘 표현해내는 것을 넘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도록 구상하고 기획한다는 점에서 그가 '음악 천재'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헨리가 음악과 어울려 노는 방식은 그의 스타일을 닮아 자유분방하다. 천편일률적인 형식에 얽매여 있지 않고 다채롭다. 유튜브 콘텐츠 '같이 헨리'를 통해서는 음악 분야의 영재들과 만나 이들의 꿈을 응원했다. 아이들과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과정은 동등하고 순수하다.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의견을 조율한다. 그러다 합이 맞았을 때의 쾌감은 보는 이들마저 짜릿하게 만든다. 이처럼 악기로 소리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두 음악인들의 '케미' 자체가 영재들을 발굴해내는 헨리만의 방식이다. 이 선한 영향력으로 헨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상하는 '올해의 예술후원인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퇴근 헨리' 콘텐츠를 통해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헨리가 직접 운전을 해 퇴근하는 가수들을 데리러 가는 이 콘셉트의 장점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아티스트 간 진솔한 대화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운전 중인 차 안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들은 여느 토크쇼 못지않게 꾸밈없고 솔직하다.
헨리와 출연자 간의 즉석 컬래버는 단연 '퇴근 헨리'의 최고 매력 포인트다. 유려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흐르는 헨리의 바이올린 연주와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호흡은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 시청자는 물론, 당사자들까지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자이언티, 볼빨간 사춘기 안지영, 창모, 마마무 솔라가 출연했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장르 불문의 화려한 출연 아티스트진도 향후 계속될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다.
음악과 재미있게 노는 것만큼, 이를 콘텐츠로 녹여내 잘 활용하는 법에도 탁월한 헨리다. 음악과 콘텐츠로 위로받는 현 시대에 반가운 '음악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헨리는 오는 31일 열리는 MBC '가요대제전' 출연한다. 이번에는 '트로트 여신' 송가인과의 크로스오버 무대가 예고된 상태다.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매번 상상을 뒤엎는 무대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 온 헨리가 이번에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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