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접수했지만 현장 확인 미룬 공무원…法 판단은 "무죄"

입력 2020-12-27 09:00   수정 2020-12-27 09:20


구두와 전화 등으로 수차례 민원을 접수했지만 현장 확인 등 민원 처리 절차를 미룬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방의 한 시청에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건축신고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7년 10월께부터 두 달여간 한 민원인으로부터 시 관할구역에서 진행 중인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축분장) 증축 공사에 대해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되고 있고, 건축주가 사용신고를 하지 않고 축분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민원을 사무실 방문과 전화 등의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제기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대한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고, 2018년 초 다른 공무원이 A씨의 업무를 넘겨받게 됐다.

1심은 A씨에게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약 5년 동안 해당 사무를 맡은 뒤 근무했던 사무분담의 변경을 목전에 두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범행 경위에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또 "어떠한 대가를 취득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15년간 공무원으로 성실히 복무한 A씨에게 공무원으로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고 했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직무유기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했다. 형법에서 정하는 직무유기죄에 따르면 공무원의 경우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A씨의 경우 다소의 태만, 착각 등으로 인하여 소홀히 직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직무유기죄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8년 초 인사이동으로 A씨가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한이 넉넉하지 않았고, 연간 약 1200건이 넘는 민원을 서면으로 접수받고 구두나 전화 접수 민원만으론 곧바로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업무 관행이 있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민원 사항에 대해 민원인이 만족한 만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의식적으로 관련 업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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