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 박용만 "기업규제 3법 국회 통과에 허탈"

입력 2020-12-27 12:00   수정 2020-12-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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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정부도 민간도 빚이 너무 많아졌어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마지막 송년 인터뷰에서 꺼낸 얘기다. 박 회장은 “특단의 조치라는 것은 정상으로 되돌릴 때 신중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후유증이 남는다”며 “부채 비율이 굉장히 높고 재정여력도 많이 소진됐다는 대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제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정부와 정치권 겨냥한 ‘돌직구’ 발언이 잦아서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 가진 간담회에선 ‘기업 규제 3법’에 반대하며 “병든 닭 몇 마리 잡자고 투망 던지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7년 넘게 대한상의 회장 자리를 지켜온 박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경제전망 어떻게 보시는지요.
“기저효과가 있어서 회복세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기 부양책이 더해지면 올해보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내년 회복세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유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내후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걱정스러운 대목은 빚입니다. 정부의 장기적인 재정건정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가계도 빚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에요. 장기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어려운 곳이 많은데요.
“실물경제가 살아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은 안정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때까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이 회복되고 나야 빚을 갚을 수 있을테니까요. 우량한 회사보다도 그렇지 못한 회사들의 회사채 압박이 커질 듯하니 계속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눈여겨봐야 할 변화가 있을까요.
“디지털과 비대면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 일하는 방식의 변화, 또 기술의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한 수용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것 같습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요. 성장과 수익만을 응원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주체의 하나로 양극화 문제 해결, 사회안전망 참여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올해 대한상의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꼽는다면.
“기업과 경제가 새로운 기회를 찾아 가는데 법과 제도가 그걸 가로막는다면 바꾸거나 들어내야 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생각을 갖고 수도 없이 법과 제도 바꿔달라고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방법이 ‘민간 샌드박스’에요. 낡은 법제도를 혁신하고 젊은 기업에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생각을 그래도 상당부분 욕심껏 할 수 있었습니다.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한 지 반년 조금 넘어 200여일 가량 일했는데 84건을 해결했어요. 신청서류를 줄 세우면 여기(남대문 상의회관)에서 국회까지 거리인 6.5㎞에 달합니다.”
국회와의 갈등이 많았는데요.
“국회하고는 정말 애증의 관계입니다. 기업 규제를 완화되는 법은 처리 안 해주고 부담되는 법안들만 처리할 때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번 규제 3법은 내용 뿐 아니라 처리과정도 서운했어요. 정치법안과 똑같이 그렇게까지 처리해야 했어야하나 싶어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규제 3법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나요.
“이제 이미 법률이 통과됐으니까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보다는 법 테두리 안에서 부작용을 막아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통과한 3법은 기본법에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하위에 시행규칙, 시행법을 다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서라도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대주주의 의사결정 독점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는 지적이 법을 만들게 된 배경이 됐는데 대다수 성실한 기업들이 과도한 입법의 피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보완 작업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규제 3법과 관련해서 경제단체가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단합이 무엇을 위한 단합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경제단체는 태생적으로 성격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설립 목적도, 임무도 다르고, 집중했던 이슈도 다른데 갑자기 단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경제계 대 정부라는 대립의 구도를 만들어 놓고 대립의 구도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제단체 간 불협화음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경제단체 몇 곳이 모여서 공동성명 내는 일은 줄어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해서 교감이 있으셨는지요.
“우리는 그것도 다 법으로 정해져있어요. 2월 넷째주 정도에 선출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이전에 여러 법적인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부터 한 달정도 사이에 회장단의 중지를 모아야 되겠죠. 그 때 (차기 회장의 윤곽이) 밝혀질 겁니다. 아마 어느 분이 됐든지 다음에 하실 분도 상당한 책임감을 느낄 겁니다. 제가 들어올 때와는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거든요.”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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