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합한 사회빈곤층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6개월 동안 55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급증세로 지난 10월 사회빈곤층수는 처음으로 270만명을 넘어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저소득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빈곤층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확충 등 근본적인 탈빈곤정책은 등한시한채 단순 현금 지원에만 치중해선 빈곤층 증가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회빈곤층수는 지난달 기준 272만2043명이었다. 작년 말에 비해 28만5000명(11.7%) 증가한 수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212만3597명으로 작년말 대비 약 24만명 급증했고 차상위계층도 59만8446명으로 약 4만5000명 늘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중위소득의 30~50%이하로 정부로부터 생계, 의료, 주거, 교육 급여 등을 받는 사람들이다. 생계급여 1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월 소득 53만원 이하 근로자다.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의 저소득층으로, 중위소득 50~52% 이하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16만6294명(161만2893명+55만3401명)보다 55만여명 증가한 수치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6개월간(2013년 3월~2016년 9월) 늘어난 사회빈곤층수(23만여명)보다 2.4배 빠른 속도다.
빈곤층 급증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임시 일용직, 자영업 일자리 등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최저임금이 30% 이상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고용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빈곤층 증가폭은 더욱 커졌다. 또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확대 명목으로 중위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늘린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의원은 “지난 3년반동안 우리 사회 빈곤층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났다”며 “빈곤층 증가는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과 함께 정부의 복지 재정지출 증가라는 이중고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빈곤층 증가폭이 전 정부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음에도 정부는 효과성 부족한 ‘현금 뿌리기식’ 저소득자 대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일자리 감소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방향의 정책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빈곤층 급증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지적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2020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2017년 5월 약 217만명이던 사회빈곤층 수는 2018년 말 약 230만명으로 불어났고, 그 다음해인 2019년에는 약 244만명에 달했다. 이후 2020년 현재 약 27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16만명씩 늘어나는 꼴이다.
전 정부와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취임 시점인 2013년 3월 약 198만명이던 사회빈곤층은 3년 6개월 후 약 222만명으로 늘었다. 이후 정권말인 2017년 3월에는 약 214만명이 됐다. 같은 3년 반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증가폭은 박근혜 정부 약 23만명, 문재인 정부 약 55만명으로 2.4배의 차이다. 박 정부 전체 기간 동안 늘어난 수치인 16만명과 비교했을 때는 3.5배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빈곤층 급증에는 단일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저소득층의 타격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빈곤층의 확대에 대해 수급 제도의 변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의 홍보 효과 등도 작용했다고 설명하지만 문 정부 트레이드 마크격 경제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의 요인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30%에 가까운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저소득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11월을 기준으로 2017년 662만개에서 18년 652만개, 19년 636만개, 올해 615만개로 매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는 와중에도 ‘기준 중위소득’ 계산 방식까지 임의적으로 바꿔 수급대상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도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저소득자 위주로 또 한번 타격을 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곤층 급증에는 무엇보다 경기가 어려워진 요인이 가장 크다”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얻게해 저소득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는 ‘일자리 개념’으로 이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근본적 탈빈곤정책보다는 단순히 현금뿌리기식 지원만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 차원의 빈곤층의 대한 지원은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이들의 자활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한 예시로 대표적인 탈수급 정책인 ‘자활사업’을 살펴보면 정부는 효과성 제고 없이 ‘구멍난 독에 물붓기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활사업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자의 탈빈곤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으로, 정부는 이 사업 참여자들에게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당초 받고 있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이외의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주 목적인 빈곤층 탈출에는 별 효과를 못보고 있다. 사업참여자들이 얼마만큼 수급자에서 벗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자활성공률’은 지난 3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2017년 40%였던 성공률은 2018년 31.1%로 하락했고, 지난해인 19년은 29.1%로 30%를 밑돌았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국회를 거치며 오히려 예산이 증액됐고 내년도 6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도 기초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예산은 14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해산급여, 장제급여 등이나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장애·아동 수당에 대한 지원도 증가하고 있다. 조명희 의원은 “사회빈곤층이 재기하지 못하고 국가 지원에만 의존하는 ‘영구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 빈곤층 확대와 이로 인한 국가의 복지부담 폭증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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