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지난 7월 시작한 식품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넥스트 푸디콘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그것도 투자기관이 아니라 유통업체가 직접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GS그룹은 유통, 특히 의식주 부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GS그룹이 올해 푸디콘 1기로 선발한 스타트업은 다섯 곳이다. 신장질환 환자용 저염 도시락을 판매하는 잇마플, 이화여대 앞 가게로 시작한 그릭요거트 판매업체 스위트바이오, 임신부 등을 위해 곡물로 커피 맛을 낸 페이크 커피 회사 달차컴퍼니, 고단백 단백질바를 개발한 뉴트리그램, 일식집 메뉴를 기반으로 가정간편식(HMR)을 개발 중인 마돈석이다. 이들이 GS 유통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합작품이 다음달 세상에 나온다. 프로그램이 첫발을 뗀 지 5개월 만이다.
지난 7월 선정된 스타트업 다섯 곳은 GS 유통사들과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콘셉트는 ‘대중화’다. 이들이 팔던 제품은 대부분 틈새시장용이었다. 창업 당시에는 차별화됐지만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GS25 점포 1만5000여 곳을 포함해 전국 채널에 입점하려면 사람들이 고루 좋아해야 했다.
GS리테일은 스타트업마다 해당 분야 상품기획자(MD)를 붙여 ‘GS용 제품’을 만들어냈다. 잇마플은 GS리테일 도시락 부문 MD와 기존의 환자용 저염 도시락에 단백질을 더한 제품을 개발했다.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로 타깃을 넓혔다. 김슬기 잇마플 대표는 “반찬 구성을 바꿔 가격도 편의점 도시락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김석년 마돈석 대표는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 담당자와 돈가스를 HMR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스타트업들은 푸디콘을 통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소비자만 알던 자사 제품이 대중에 닿게 돼서다. 정유찬 달차컴퍼니 대표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마케팅 재원이 적다는 것”이라며 “전국 매장에 제품이 진열되면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종민 스위트바이오 대표는 “GS그룹 유통사에 입점했다는 이력이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매년 푸디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두 회사가 합병하면 푸디콘 프로그램은 더 힘이 붙을 전망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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