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신약을 동시에 확보한 전 세계 두 번째 나라가 될 것입니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2020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의 첫 발표자로 나서 “코로나19를 조기 확진해 치료하면 중증환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CT-P59’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 기 부회장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 신약 개발을 10개월 만에 끝냈다”며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일하며 이뤄낸 성과로 셀트리온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항체치료제 생산시설 규모가 크지 않아 충분한 양의 약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확진자가 많은 미국 내 수요도 감당하기 힘들어 다른 나라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치료 효능에 대한 이견이 많다.
셀트리온은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 부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자체 생산시설이 부족한 두 회사가 치료제를 위탁생산(CMO)할 경우 대량생산은 1~2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자체 보유한 인천 송도의 1공장(10만L)을 치료제 생산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10만 명분의 항체 의약품을 생산했다. 기 부회장은 조기 진단 시스템이 발달한 한국에선 치료제의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CT-P59는 감염 3~5일 후 본격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초기에 잡아 폐 손상 등을 막는다.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의 치료제도 경증 환자용이다.
기 부회장은 한국 국민에겐 원가 수준에 치료제를 공급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돈을 떠나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렘데시비르는 한국에서 한 병에 390달러(약 43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셀트리온 치료제는 이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제조 시설 확장 계획도 밝혔다. 기 부회장은 “인천 송도 4공장과 해외 공장도 지을 예정”이라며 “2030년엔 약 60만L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도 4공장 증설로 총생산량(배양액)이 62만L가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종합 제약사로의 도약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권을 3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기 부회장은 “한국인으로서 일본 최고의 제약사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이 통쾌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신약 개발 기술을 배우고 나아가 개량 신약을 꾸준히 낼 것”이라고 했다. 기 부회장은 “2030년까지 매년 최소 한 개의 바이오의약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바이오 분야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섭/이우상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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