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타깃…다시 기승 부리는 '특허괴물'

입력 2020-12-28 17:38   수정 2020-12-29 01:15

한국 기업을 노린 ‘특허괴물’(NPE·특허관리전문회사)의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시장이 커지면서 거액의 배상금을 노린 NPE들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소송분석업체 렉스마키나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겨냥한 NPE의 특허소송 제기는 99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소송 건수(90건)를 넘어섰다. 특허를 매집해 관련 기업에 소송을 걸어 거액의 배상금 합의금 등을 받아내는 NPE들이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 OLED, 폴더블 스마트폰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 시장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NPE들은 거액의 배상금을 청구하기 위해 관련 특허를 활용한 시장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에 다양한 특허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 이후 소송지역 제한 등 요건이 까다로워지자 전략을 재정비한 NPE들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소송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의 특허소송 배상액(1심 기준)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623만달러이던 한국 기업의 특허소송 배상액은 지난해 4500만달러로 3년 새 6.3배 급증했다. 소송이 시작되면 최종 판결까지 3년 이상 매달려야 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기업 특허팀 소속 변리사는 “로펌 선임 등 NPE 소송 한 건에 보통 4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NPE들의 공격 분야가 자율주행자동차, 바이오 등으로 확대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먹잇감이 되면서 산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특허청은 최근 한국 기업 대상 소송 가능성이 높은 NPE 43곳을 선정해 지식재산보호원을 통해 공개하고 기업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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