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5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한 언론 기고문에서 “대학 때 헨리 조지라고 적힌 저자의 《진보와 빈곤》과의 인연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고 했다. 부동산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인 만큼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지난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토지공개념 논의와 정책 설계: 개발이익 공유화 관점에서’ 논문에서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에 대한 관리와 환수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비판한 페인과 “소유는 특권과 전제를 낳는 힘의 지배”라고 주장한 프루동 등의 사상을 논거로 삼기도 했다. 페인은 자연법 개념을 근거로 토지는 인류의 공동재산이고,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토지 그 자체가 아니라 향상된 가치에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프루동은 “소유는 도둑질”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작료·임대료·지대·이자·이윤을 모두 불로소득으로 규정했다. 프루동의 사상은 소유와 사용을 분리한 중국 토지정책의 근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지난 25일 ‘진보와 빈곤’을 주제로 한 유튜브 방송에서 헨리 조지를 불러들였다. 그는 방송에서 정치권 등에 “강력하고도 혁신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헨리 조지가 제안한 토지 단일세를 우리나라 조건에 맞게 실행할 방안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토지 단일세는 다른 세금을 없애는 대신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모두 걷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의 세금이다. 국내에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의 기본 아이디어가 됐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종부세 정책을 주도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헨리조지포럼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올렸고, 내년에는 6%로 다시 한 번 상향한다.
논리적 허점도 거론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헨리 조지는 땅값이 올랐을 때 세금으로 다 환수해간다면서 내렸을 때의 손실보전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종부세도 이런 식”이라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조차 25일 방송에서 헨리 조지의 경제학적 주장에 대해 “오류가 많다”고 인정했다.
여권 인사들이 헨리 조지 등 사상가들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왜곡하며 부동산 정책을 짜맞추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헨리 조지는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 건물 등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활동에는 세금을 매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땅과 건축물 모두를 싸잡아 수익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조지론자들을 헨리 조지가 만난다면 아마 크게 놀랄 것”이라고 꼬집었다.
‘1가구1주택 기본법’을 대표발의한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TV 생방송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누가 수억원을 내고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을 하겠느냐”며 “1가구1주택 기본법 같은 반시장 법안들은 부동산시장 붕괴와 주거환경 악화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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