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관·지자체장은 슬그머니 빼고 기업 CEO·오너만 처벌한다

입력 2020-12-28 20:49   수정 2020-12-28 22:04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상 기업 대표와 오너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는 대신 중앙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제외하기로 했다. 처벌 대상인 이사의 경우 안전·보건 이사로 한정하고, 50~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인에게 과도한 법정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위헌 논란이 있는 법 조항을 ‘찔끔’ 손보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부 부처 의견을 취합해 이런 내용의 단일안을 잠정 마련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가 한 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두 명 이상 나타나거나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 등을 광범위하게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법이다.

형벌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법조문이 모호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당에서는 박주민·박범계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의견을 종합해 사실상 단일안을 마련했다. 우선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 책임자’에서 법인의 대표는 포함하되 이사의 경우 안전·보건 담당 이사로 제한했다. 이는 “이사에는 사외이사 등 법인의 경영을 주도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다”는 고용부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처벌 수준은 벌금의 경우 5억원 이상에서 5000만~10억원 이하로 하향됐지만, 2년 이상 징역은 그대로 유지됐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長)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인·허가권 또는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 조항은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 측은 “실질적으로 관리책임을 부담시키기 어려운 경우까지 정부기관장에게 무분별한 형사책임이 부과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과의 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대국민 행정작용에 끼칠 문제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의무를 3회 이상 위반했을 때 중대재해의 책임이 있다고 본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형사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 있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므로 신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란 비판을 받은 안전의무의 경우 △안전보건경영체계 수립 △위험 설비나 화학물질 취급, 추락·붕괴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계획 수립 △재해 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당초 초안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법 시행을 4년 미루기로 했지만, 50~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년 유예가 추가됐다.

경제계에서는 기업 경영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독소조항’은 그대로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위헌 시비만 피하기 위해 법안을 미세 조정한 것뿐”이라며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경영자(CEO)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오너 등을 무조건 처벌하도록 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9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잠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 강경파와 정의당의 반발이 변수다. 다음달 8일로 종료가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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