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아시아 전문가인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동아시아연구소장(72·사진)은 “바이든 시대에도 쿼드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쿼드)와 여기에 한국 등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칼더 소장은 “중국 화웨이는 삼성 같은 기업의 경쟁자”라며 “화웨이 문제에선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게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미국은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이 회사가 세계 5세대(5G) 통신시장을 주도하는 걸 막기 위해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도록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도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한국과 미국에겐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지렛대"라며 "바이든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더 소장은 SAIS에서 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 부학장 등을 지냈다. 칼더 소장을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두드러진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외교가 지나치게 거래적이었고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중국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글로벌 현안이 더 많이 강조될 것고 국제 관계는 덜 거래적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단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지 못하면 단호함은 엄포에 그치게 된다.”
▶미국이 중국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과 중국은 국제 문제에서 주요한 이해 당사자인 동시에 일정 정도는 기술 분야의 경쟁자이자 전략적 라이벌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리즘, 환경 문제 등 국제적 이슈를 다루는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시대 쿼드는 어떻게 될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 개념(쿼드)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한 동맹이다. 한국이 주변화되선 안된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은 어떻게 보나.
“화웨이는 미국뿐 아니라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의 ‘지경학적(geo-economic)’ 경쟁자다.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강하게 연결돼 있고 이는 미국이 이해해야 하는 사안이다.하지만 화웨이 문제의 경우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게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미·중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나.
“한국은 강대국의 일방주의를 제어하기 위해 ‘룰(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유럽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국가들과 지금보다 더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어떨까.
“트럼프의 요구는 과도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주한미국은 한국과 미국에겐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이는 한·미간 공통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며 외교정책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는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이 이슈를 이해하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이든도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일은 분명 없을 것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50억달러를 요구했고, 한국은 13억달러를 제안했다.)
“한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방위비를 좀 더 분담할 능력이 있다. (한·미간)타협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소리없이 계속 커지고 있다.”
▶충분한 경제적 보상과 체제보장이 이뤄지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 보상과 안전보장을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포기할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어떻게 보나.
“일방적인 종전선언의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 종전선언의 가치는 북한으로부터 얻는 대가가 뭐냐에 달려 있다. ”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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