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조합원 200만명 돌파…더 공고해진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20-12-29 16:47   수정 2020-12-29 17:01


양대 노총 조합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양대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으로 노조 조직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만에 1.8%포인트나 급등했다. 하지만 늘어난 조합원의 대부분은 공공부문과 대기업 근로자여서 양대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으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201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수는 253만1000명, 조직률은 12.5%였다. 전년에 비해 각각 20만명, 0.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고용부는 매년 연말에 전년도 노조조직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각 단위노조가 직전연도 말 기준으로 신고한 조합원 수를 토대로 한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집계했다.
◆'제1노총' 굳히기 들어간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년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앞서며 제1노총 지위를 유지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104만5000명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했다. 한국노총은 101만8000명(40.2%)이었다. 이로써 양대 노총 조합원 수는 그동안 구호로만 머물렀던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정부 공식집계로는 처음으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앞지른데 이어 '제1노총'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민주노총 조합원 집계에는 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고용부의 '노조 아님 통보' 취소로 합법 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조는 포함돼있지 않다. 약 5만1000명 규모의 전교조를 포함하면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10만명에 육박한다.

양대 노총 소속 외에 공공노총은 4만8000명(1.9%), 선진노총 1만9000명(0.7%), 전국노총 1만5000명(0.6%) 순이었다.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노조(미가맹) 조합원은 38만6000명(15.8%)이었다. 조직 형태 별로는 초기업 노조 소속 조합원이 147만3000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58.2%였다.




















◆공고해지는 '그들만의 리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 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약속대로 노조 조직률은 2017년 10.7%에서 지난해 12.5%로 급등했다. 2년 만에 1.8%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1998년(12.6%) 이후 최고 기록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 속에 노조 조직률은 크게 올랐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늘어난 조합원의 대부분은 공공부문과 대기업 소속 근로자들이다.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지난해 70.5%로 2017년 63.2%에 비해 무려 7.3%포인트나 상승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들 상당수가 노조의 '우산' 속으로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은 2017년 9.0%에서 지난해 10.0%로 단 1%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업체 규모별 노조 현황을 보면 민간부문의 노조 양극화 양태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54.8%(145만2438명)였다. 반면 100~299인 사업장은 8.9%(17만6843명), 30~99인사업장은 1.7%(6만8521명), 30인미만 사업장은 0.1%(9402명)에 불과했다.
◆노조發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지난해 늘어난 노조 조합원 수는 약 20만명, 이 가운데 19만명은 300인 이상 사업장 소속이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6만명 넘게 감소했다. 100~299인 사업장서 -3만9000명, 30~99인 사업장 -1만9000명, 30인미만 사업장 -3400명 등이다. 비교적 좋은 처우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에 근무하는 대기업 사업장와 공공기관에서는 노조의 목소리가 커진 반면 영세 사업장일수록 노조활동이 위축됐다는 얘기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빈곤층이 급증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회 빈곤층은 지난 달 기준 272만2000명이었다. 현 정부 출범 시점과 비교하면 약 55만명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근로자의 단결권 강화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친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취지와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를 되레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양대 노총은 비정규직 보호, 취약근로자의 노조할 권리 등을 주장하지만 실제 조합원 확대 결과를 보면 구호가 무색하다"며 "친노동 정부를 등에 업고 이미 노동시장 상층부에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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