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멘트업계는 30년 안에 시멘트를 생산할 때 쓰이는 화석연료(유연탄)의 95%를 재활용 폐기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코엔 코펜홀 유럽시멘트협회 회장(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은 환경문제 해결에서 시멘트산업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U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화’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이 협회는 시멘트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를 거의 모두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재활용해 조달하겠다고 화답했다.
73년 역사의 유럽시멘트협회는 EU 회원국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30여 개국이 가입해 있다.
코펜홀 회장은 “시멘트업계에서 폐기물을 유연탄 대체 연료로 사용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폐기물의 소각 또는 매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시멘트는 석회석 철광석 규석 등의 원료가 지름 5m 원통형 가마(소성로)에서 유연탄을 통해 초고온으로 용융되면서 만들어진다. 소성로 온도는 850도가량인 일반 소각시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000도에 가깝다. 이 때문에 어떤 물질을 넣어도 완전 분해돼 유해 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폐목재를 비롯해 하수 슬러지, 동물 사체(육골)까지 시멘트 생산 연료로 재활용해왔다. 유연탄보다 대기로 배출되는 유해 물질이 적고 열량이 높은 데다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을 줄이고 ‘쓰레기 대란’도 해결하는 등 ‘1석 4조’의 효과라는 평가다.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의 ㎏당 열량은 7500㎉로 유연탄(5000㎉)보다 더 우수한 열원이다. 유럽에서 시멘트 제조 시 폐기물 활용 비중은 1990년 2%에서 현재 48%로 올라갔다. 우리나라는 23% 선으로 독일(68%)의 3분의 1, 유럽의 2분의 1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시멘트’라는 오명 때문에 폐기물 재활용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 코펜홀 회장은 엄격한 품질관리와 지속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 홍보 강화를 통해 시멘트산업이 ‘순환자원 경제의 첨병’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시멘트산업은 친환경 기술로 재조명받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고, 환경 측면에서도 이익이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