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업체의 신제품 마케팅은 해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를 통해 판이 깔리면 TV업체들은 무대 위에서 혈투를 벌였다.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예년보다 한 달 이른 12월에 신제품 설명회를 개최하고 장외 싸움을 시작했다. 마이크로LED, 미니LED TV 등 기존에 없던 TV의 출시를 앞두고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니LED TV는 3만 개에 달하는 광원을 2500개 묶음으로 나눠 각각을 조절한다. 화면분할구동(로컬디밍)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묶음이 많을수록 ‘명암비’가 개선된다. 최대 400개 정도의 광원 묶음을 컨트롤하는 LCD TV보다 최대 10배 정도 색 표현력이 뛰어나다.
LG전자는 광원 외에 원래의 색을 표현하는 재현율을 높이는 ‘고색재현’ 기술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나노셀’ 방식에 삼성전자가 QLED TV의 장점으로 삼고 있는 ‘퀀텀닷’ 기술을 조합해 색재현율을 90%까지 높였다고 강조했다. 퀀텀닷의 ‘Q’와 나노셀의 ‘N’을 따서 만든 ‘QNED(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란 제품명도 삼성을 의식한 작명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름은 동일하지만 기술은 전혀 다른 ‘QNED(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이다.
TV업계에선 OLED TV의 위상을 지키면서 삼성전자의 미니LED TV에 대응해야 하는 LG전자의 고민이 나타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8K(가로 7680×세로 4320) 해상도를 적용한 미니LED TV를 프리미엄 라인업인 ‘QLED 8K’ TV보다 상위 모델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QLED TV가 LG전자 OLED TV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얘기해온 만큼 미니LED TV에 관해선 “OLED보다 낫다”는 마케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설명회에서 LG전자는 “마이크로LED TV는 8K 화질을 구현하지 못하고 100인치 넘는 크기에 초고가”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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