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해도 'K-진단' 건재…장비·시약 차별화로 승부 걸겠다"

입력 2020-12-29 17:42   수정 2021-01-06 18:22


“30분 내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분자진단장비 개발을 마쳤습니다. 유럽 CE 인증을 받은 40여 종 분자진단 제품을 바탕으로 유럽, 미국에서 분자진단 대중화를 이끌겠습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29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분자진단 시장이 연 10%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분자진단 장비·시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니아는 1992년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지난 1분기 126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코로나19 진단 제품 판매에 힘입어 3분기에는 737억원으로 급증했다.
제품군 늘리고 RNA 신약 개발
국내 진단업계는 코로나19 유행에 발 빠르게 대응한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2070만달러에 불과했던 진단시약 수출액은 지난달 2억9424만달러로 1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 백신이 본격 접종을 시작한 만큼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으면 진단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사업 영역을 세 부문으로 나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제품 기술력을 높여 기존 분자진단 시장을 공략하고 2000년부터 개발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새로 도전하는 RNA치료제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분자진단에선 코로나19 진단 제품을 포함해 결핵, 진드기 감염병, 성매개 감염병 등을 진단할 수 있는 60여 개 제품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360억원에 사들인 대전 유성구 관평동의 4만5000㎡ 규모 부지에 자동화설비를 도입해 내년부터 제품 생산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박 대표는 “하루에 160여 개 검체를 검사하는 소형 진단장비부터 4000여 개 검체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며 “40개 병원체 감염 여부를 30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장비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매출을 낸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은 아동, 여성, 간 건강용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한다. 바이오니아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에 대해 국내 최초로 균주 등록을 마쳤다. RNA간섭(RNAi) 신약도 개발한다. RNAi는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전령RNA(mRNA)를 없애는 데 쓰이는 기술이다. 모더나,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도 mRNA를 이용한다. 박 대표는 “섬유화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RNA치료제에 대해 전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기존 항체치료제가 갖는 면역반응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생산비용을 경쟁 기술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M&A 통해 포트폴리오 늘려야”
피씨엘은 64개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면역진단 기술을 이용해 혈액진단시장에 진출한다. 이 회사는 기존 대규모 혈액선별기 외에 아프리카, 인도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소규모 혈액선별기도 공급해 다양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9개 암종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나 고양이가 백신을 맞았을 때 항체 형성 여부를 보는 제품도 개발했다”며 “돼지열병을 진단하는 키트도 개발해 진단 영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수젠텍은 실험실용, 현장진단용, 개인용으로 나눠 진단 플랫폼을 구축했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실험실용으로 102종 알레르기 진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 제품도 실험실용 진단 플랫폼에 탑재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용 진단제품은 여성호르몬을 측정한 뒤 소비자가 앱을 통해 호르몬의 양 변화를 확인해 처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선 진단기업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지난 3분기 들어 해외 진단기업들도 국내 진단기업처럼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국내에선 특정 진단업체의 수출 비중이 올라가는 등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성장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사업군을 넓히고 특정 질병의 발병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확보해 이에 맞는 진단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주현/이우상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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