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노동조합 조직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역시 고용부가 집계한 ‘전국 노조조직 현황’(2019년 기준)을 보면 노조 조직률이 12.5%로 문재인 정부 2년 새 1.8%포인트나 올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은 253만 명으로, 양대노총 공히 조합원 100만 명을 넘었다. 양대노총의 세(勢) 확대에는 거침이 없다.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한 노조 가입자들이 고용시장과 노동제도의 판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좀체 바뀌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
노동계의 기득권그룹이 한층 공고해지는 것은 외적 팽창 때문만이 아니다. 과속 인상한 최저임금, 중소기업계에 때아닌 퇴직금정산 부담까지 안긴 주 52시간제, 서두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안 등 친(親)노조 정책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차다. 커지는 양대 노총에 정부가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힘을 더욱 키워나가는 양대 노총과 갈 곳 없는 청년백수들 간의 불균형을 보면 양극화도 이런 양극화가 없다. 자산·소득 격차, 절대빈곤층 급증 등 이른바 ‘K자’형의 다양한 양극화 현상 가운데서도 ‘대기업·공기업 중심 정규직’과 고용시장 외곽 한계선상의 임시직 및 취업희망자의 격차야말로 최악이다.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정부는 관제 일자리에 매달려왔다. 고용부가 내놓은 세 건의 기형적 통계는 그런 외골수 정책의 참담한 성적표다.
노조의 목표가 노동자 권익 확대라고 해도 양대노총쯤 되면 이제 무엇이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출범 일성으로 1년 뒤의 ‘총파업’ 계획부터 내놓는 식이다. 노동계 리더들이 이제는 국회에 적지 않게 진출해 있고, 정부 요직도 다수 차지해 법과 제도 운용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득권을 내놓고, 산업현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적극 협력하는 것은 그에 따른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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