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에 있던 장관과 지자체장, 공공기관장을 처벌 대상에서 쏙 뺀 것은 김영란법 제정 때 국회의원을 대상에서 제외한 국회의 ‘셀프 면죄부’를 떠올리게 한다. 법안 명칭마저 당초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에서 ‘중대재해 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 처벌법’으로 바꿨다. 한마디로 ‘꼼수’다.
반대로 기업에 대해선 ‘대표’는 물론 ‘사업 운영을 총괄하는 권한 또는 책임이 있는 자’로 대상을 광범위하게 규정해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기업 오너까지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과잉금지 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도 여전하다. 과실범에 징역형 하한을 두는 것은 법리상 확연한 흠결인데, ‘2년 이상’이라는 하한이 유지됐다. 사업주의 의무 범위와 내용이 모호해 헌법의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때문에 사고 전 5년간 안전의무 위반 시 사업주 등에 중대재해 책임이 있다고 본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되는 등 일부 완화된 부분조차 무색해졌다.
이러니 국회입법조사처와 법원행정처조차도 과잉입법이라며 반대하고, 30여 개 경영단체들이 일제히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것 아닌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어제 국회를 찾아가 독소조항을 빼달라고 막판까지 호소했지만 듣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기업인이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하고 예방노력을 강화해도 산업현장에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위험이 상존한다. 처벌 만능주의가 ‘산재 제로(0)’를 만드는 요술방망이인 양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징역형 무서워 CEO 못 하겠다’ ‘중소기업이 처벌받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현장의 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중대재해법 강행을 철회하는 게 맞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을 대폭 강화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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