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영구적으로 바뀐 10가지’를 블룸버그가 29일(현지시간) 소개했습니다. 모두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겁니다. 로봇의 확대와 화이트 칼라 직종의 재택 근무 정착, 글로벌 불평등 심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영원히 바꾸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변화는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올해 11조달러에 달하는 예산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 여력이 커졌기 때문에 재정 확대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현대통화이론이 대표적이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많은 부문에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정도였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 대신 돈을 쌓아뒀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는 훨씬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자 기업들 수익이 급감했다. 재무제표가 나빠지면서 지불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다수 탄생했다. 벼랑 끝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버티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자유 경쟁 체제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도 기업 생산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코로나 사태는 국가 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의 빈곤 격차를 확대했다는 게 세계은행의 경고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이 향후 10년 내 더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국 모임인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채무유예 등 조치를 취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민간 투자사 등은 이런 채무유예 조치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상환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계층과 인종,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됐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받았다.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 더 많은 충격을 받은 탓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육아 부담을 떠안은 측면도 있다. 캐나다에선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객들이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식당에서 샐러드 양을 배분하거나,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할 때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활약하는 온라인 쇼핑도 극적으로 확대됐다.
로봇의 등장은 경제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 것이다. 불행한 점은,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때도 로봇이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인간의 일자리는 그 만큼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일터를 오래 떠나있을수록 숙련된 기술력이 쇠퇴할 수 있다. 효용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히스테리시스’(hysteresis·한 번 파괴된 뒤 결코 회복되지 않는 이력 현상)로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기업들은 임직원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무실 근무 체제’에 의존해온 직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상업용 부동산과 식당·카페, 교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화상회의 시스템 업체인 줌이 올해 펄펄 날았던 것처럼, 새로운 산업엔 커다란 기회가 됐다. 도시민들은 교외와 시골로 몰려갔다. 외곽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축제 콘서트 등의 대규모 이벤트는 줄줄이 취소됐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여행 산업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공연 전문가인 라미 헤이칼은 “앞으로 콘서트가 어떻게 바뀔지 진짜 모르겠다”며 “다만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여행자들은 ‘건강 증명서’를 소지해야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도 있다. 홍콩의 한 기업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옷과 소지품을 40초 내에 소독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예컨대 스웨덴의 한 ‘패스트 패션’ 의류업체는 생산 시설을 중국 공장에서 같은 유럽 내 터키 공장으로 이전했다.
코로나 사태 후 산소호흡기나 마스크가 보건 필수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등 각국은 이런 물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관행을 바꾸고, 자국 내 직접 생산을 대폭 강화했다. 이른바 역(逆) 세계화다.
지금은 다르다. 영국 등 여러 정부는 2035년까지 신규 내연엔진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초 취임 당일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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