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오르지 않던 경기 고양시 일산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모두 뛰는 중에도 유일하게 오르지 않던 일산입니다. 한강 건너 경기 김포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드디어 일산에도 매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 개통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했습니다. 우연히도 김현미 전 장관의 퇴임 시기와 집값 상승 시기가 겹쳤습니다. 일산 주민들 사이에선 ‘현미효과’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중입니다.
인근 대화마을 7단지 양우파크타운 전용 84㎡도 지난 9일 4억5000만원에 거래돼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전매제한이 풀리는 일산서구 일산동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와 일산동구 식사동 ‘일산자이 2, 3차’의 분양권의 웃돈도 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 전용 84㎡ 분양권의 웃돈은 최고 4억원까지 뛰었습니다. 일산자이 분양권을 취급하는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에 호가가 1억원씩 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GTX 역이 생기는 서구 킨텍스 주변과 경의중앙선 연장인 대곡소사선이 들어오는 백마역이 있는 마두동 집값도 강세입니다. 일산 킨텍스 인근 신축 단지인 ‘킨텍스원시티M3블록’(782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4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이 주택형은 2016년 4월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5억5000만원 수준이었는데요. 4년 반만에 10억원 가까이 뛴 셈입니다. 현재 집주인들은 호가를 15억~16억원까지 부릅니다.
일산이 다른 수도권 집값에 비해 저렴하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일산과 가까운 경기 김포와 파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풍선효과’ 덕도 봤습니다. 서울과 가까운 삼송신도시 등 덕양구 일대 아파트 가격이 뛴 것도 일산 가격 강세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부에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5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일산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산동의 K공인 관계자는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들이 일산에 저렴한 아파트가 있냐며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함께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이 홍보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덕일까요. 일명 ‘김현미 아파트’로 불리는 일산 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1단지’는 최근 한달새 시세가 1억원 넘게 뛰었다고 합니다. 특히 김 전 장관이 거주하는 평수인 전용 176㎡의 경우 현재 10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온 상태입니다. 김 전 장관은 이 아파트를 2014년에 약 5억2000만원(6층)에 샀으니 5억원 넘게 시세차익을 벌어들인 셈이네요.
최근에 정부가 3기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에 예정에 없던 GTX-A 창릉역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일산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파주에서 서울역과 삼성역을 거쳐 동탄까지 가는 GTX-A 노선이 정차하면 서울의 주택수요가 창릉으로 일부 분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산 주민들은 “창릉 신도시가 일산 일대 아파트들의 메리트를 다 빼앗아간다고 보면 된다”며 일산에서 창릉으로 대거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GTX역이 중심부에 들어서는 창릉과 달리 일산은 GTX역이 킨텍스 쪽에 위치합니다. 킨텍스 인근에 있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은 GTX를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일산 주민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GTX 창릉역 신설로 인해 일산은 사형선고를 맞았다"며 "그나마 GTX는 창릉에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이제 창릉 신도시에 GTX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일산이 창릉에 비해 나은 점이 단 하나도 없어졌다"는 주장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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