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10년 만에 매각…산업銀, 1조 쏟아붓고 1천억도 회수못해

입력 2020-12-30 16:43   수정 2021-01-07 18:16

산업은행 계열 생명보험사 KDB생명이 ‘3전4기’ 끝에 새 주인 찾기에 성공했다. 산은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KDB생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식매매계약은 이르면 31일 맺는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사들인 뒤 투자자를 모아 3500억원을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까지 인수하면서 보험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이게 됐다.

산은의 경영, 과연 성공적이었나
기업금융에 주력하는 국책은행이 난데없이 생보사를 떠안은 계기는 200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건설·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다. 산은은 이듬해 초 금호생명을 제대로 된 실사도 없이 다급하게 넘겨받았다. 산은은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면서 10년 동안 계열사로 뒀다.

산은은 금호생명 인수에만 6500억원,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총 1조원 이상을 KDB생명에 투입했다. 연이은 매각 실패 이후 KDB생명 경영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2016~2017년 2년 연속 순손실을 냈고, 설계사 이탈이 이어졌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3년 새 반 토막 나 2017년 말 108.5%까지 떨어졌다. RBC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면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뜻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는다.

KDB생명은 금호생명 시절 고금리를 약속하는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역마진 위기가 심각했다. 그런데도 산은은 KDB생명 초기 경영진을 모두 산은 출신으로 채웠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경영을 주도하고 내부가 동요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잇따라 인수, PEF 전략은
산은이 뒤늦게 KDB생명에 보험 전문가를 파견한 것은 2018년이다. 교수 출신 정재욱 대표는 주력상품을 보장성보험으로 교체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등 실적을 빠르게 개선했다. KDB생명 재매각은 지난해 공식화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조원 넘는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2000억~8000억원’이면 매각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를 두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수합병(M&A) 시장에 푸르덴셜생명 같은 ‘A급 매물’이 동시에 나온 탓에 흥행이 기대를 밑돌았다는 것이다. KDB생명 본입찰에 주요 금융지주는 참여하지 않았다.

KDB생명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13위(자산 기준)의 중소형 보험사다. 보험업계는 JC파트너스가 구상하고 있는 KDB생명의 새로운 수익 구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장기적으로 공동재보험 회사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JC파트너스가 조성할 펀드 3500억원에는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투자한다. 산은도 그보다 후순위로 1000억원을 댄다. 금호생명 인수 당시 공동투자자 등에 대한 매각 대금 정산까지 마치면 산은의 회수액은 1000억원에 못 미칠 전망이다.

임현우/이상은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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