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적은 양으로 제대로 된 효과를 내는 약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량이 적으면 부작용 우려와 약값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기존 약에 비해 투약 용량이 너무 적어 임상시험에서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 개발업체 올리패스 얘기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는 기존 진통제 용량의 1만 분의 1로 효과를 내는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데 예상 밖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임상 분석력이 혁신 치료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다.
2018년 말 영국 임상을 시작해 1상에만 2년 가까이 걸렸다. 당초 관절염 환자를 겨냥했다가 통증 정도가 더 심한 암환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다. 투약한 약물의 반감기(약물이 체내에서 50%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를 확인하는 게 현재 분석기술로 쉽지 않은 것도 임상이 더뎌진 이유다. OLP-1002 투약 용량은 다른 RNA 전문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에 비해서도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정 대표는 “OLP-1002는 혈중 농도가 1ng에 그치기 때문에 분석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올리패스는 OLP-1002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 대표는 “기존 마약성 진통제는 내성 등의 부작용이 크지만 이를 해결할 비마약성 진통제는 아직 없다”며 “피하주사로 개발 중인 OLP-1002 개발이 성공하면 60조원의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OLP-1002의 효능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임상 1b상에서 OLP-1002의 효능이 확인되면 내년 1분기 중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올리패스는 자회사 올리패스코스메슈티컬즈를 통해 진행하는 화장품 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더마코스메틱(피부과학 화장품) 시장 강자로 꼽히는 닥터자르트가 롤모델이다. PNA의 세포투과력이 우수한 만큼 화장품 원료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 부족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콜라겐 크림 등은 시장에서 이미 수요가 꽤 있다”며 “지방을 태워 비만을 치료하는 후보물질의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어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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