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 관계자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시 젠더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관한 고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추행 피해자의 변호사가 지난 7월 7일 여성단체 관계자A 씨에게 박 전 시장을 '미투'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렸으며, 이 같은 내용을 들은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거쳐 B 국회의원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는 남인순 의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어 남 의원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임 특보로부터 '구체적 내용이나 일정을 알 수 없으나 피해자로부터 박원순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가 예상되고, 여성단체와 함께 공론화할 예정이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들은 것을 검찰은 확인했다.
박 전 시장은 이같은 사실을 들은 이튿날인 9일 공관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10일 0시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가 되는 점은 피해자를 보호해야할 인사들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관련 사실을 알린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알린 행위에 대해서도 개인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 일이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여성의 적은 여성인가. 여성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 서는 것이 여성운동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3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성추행 당한 피해여성의 아픔에 공감하고 돕기는 커녕, 고소사실을 미리 알고 박원순 시장에게 귀뜸해주는 여성단체 출신 국회의원과 서울시 젠더특보. 여당의 젠더폭력TF 위원장이었던 국회의원과 그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서울시 젠더특보는 마치 서로 짠 것처럼, 고소사실을 알자마자 피해여성의 편에 서지 않고 가해자에게 미리 알리는 데만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여성운동은 정치입문의 통로였을 뿐인가"라며 "여성운동 내세워 국회의원 되고 결국은 여성을 배신하는 자기모순적 행동이 아무 죄의식 없이 버젓이 이뤄졌다. 심지어 피소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거짓말까지 서슴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인권과 정의를 반복하는 거짓진보의 민낯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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