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통보에 영업 종료"…서울 마지막 자동차 극장 폐업

입력 2020-12-31 15:03   수정 2021-01-04 14:07


서울의 유일한 자동차극장인 잠실 자동차극장이 올해로 문을 닫는다.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 추진을 이유로 운영 중단을 통보해서다.

31일 송파구청에 따르면 잠실 자동차극장은 내년 1월1일부터 영업을 중단한다.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에 있는 이 극장은 서울 내 유일한 자동차 극장이다. 성동구에도 살곶이자동차극장이 있지만, 이는 지난 10월 한시 운영한 곳이다.

폐쇄 이유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사업’ 탓이다. 이 사업은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사이 199만㎡ 땅에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탄천 주변 도로와 하천을 정비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착공일은 내년 7월이다.

이에 서울시는 착공에 앞서 내년 1월 1일부로 탄천 공영주차장과 잠실한강공원 통행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송파구에 보냈다. 송파구는 탄천 공영주차장 폐쇄를 이유로 잠실 자동차극장에 운영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극장 사업자 측은 운영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당 사업의 실제 착공일이 내년 7월인 만큼 그 이전까지 운영을 허가해달라는 주장이다. 송파구에 따르면 이 사업자는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운영권을 얻었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송파구시설관리공단과 맺었다.

자동차 극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혜를 입은 업종 중 하나다.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동차극장 티켓 가격은 차량 한 대당 2만2000원이다. 두 명이 영화를 보면 일반 영화관 티켓 가격과 비슷하다.

사업자 측은 “자동차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위배되지 않고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시 유일의 공간”이라며 “공사 시작 전까지 운영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송파구에서 거듭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청은 서울시 사업 추진에 따라 운영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극장을 포함해 탄천주차장 운영으로 얻는 구청 수익이 한달에 1억5000만원이어서 구청도 운영을 더 지속하는 게 낫다”며 “다만 서울시 사업이 추진으로 2021년부터는 극장 운영이 어렵다고 극장 사업자 측에 계약 초기부터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탄천공영주차장과 잠실한강공원 통행이 내년에 금지된다는 공문을 올해 2월부터 보냈다”며 “착공 전 현장 사무실 마련 등을 고려해 착공 6개월 전 미리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고지한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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