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 개포 등의 재건축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이 강남 전역으로 퍼지고, 다시 강북을 거쳐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은 전형적인 집값 강세 공식이다. 정부가 강남, 그중에서도 재건축에 집중적인 규제를 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강세장이 다시 나타날 조짐이다. 규제에 억눌렸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치솟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집값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나타난 전세난이 촉발시킨 매수세가 돌고 돌아 강남으로 수렴되면서 집값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2월 넷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지난주(0.05%)보다 상승폭이 0.01%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6~7월 ‘패닉 바잉(공황 구매)’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8월 넷째주 이후 10월 말까지 매주 변동률이 0.01%에 그쳤다. 그러나 11월부터 상승률이 높아져 12월 △첫째주 0.03% △둘째주 0.04% △셋째주 0.05% 등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3구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이번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0.11% 올라 지난주(0.10%)에 이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서초구(0.09%→0.10%)와 강남구(0.08%→0.09%)도 지난주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부동산원은 “송파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잠실동 인근 신천동과 문정동 위주로 올랐다”며 “서초구는 반포동 신축 및 방배 재건축, 강남구는 압구정동과 개포동 아파트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권 상승세가 마용성 등 강남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주 마포구는 0.08% 올라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상승했다. 용산구(0.03%→0.05%)와 성동구(0.02%→0.05%)도 오름폭을 키웠다.
마포구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는 11월 17억9000만원에 팔렸던 것이 최근 18억2000만원에 신고가 매매됐다.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 83㎡도 지난 29일 15억원 신고가에 손바뀜하며 ‘대출 금지선’에 도달했다. 용산구 이촌동 ‘강촌’ 전용 84㎡는 6월(16억원) 이후 거래가 없다가 12월 18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인근 ‘한가람’ 전용 84㎡는 19억3000만원, ‘코오롱’ 전용 114㎡는 19억6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강남3구가 오르면 그다음 급지인 마용성이 키 맞추기를 하면서 따라 오르는 패턴을 보인다”며 “지방 또는 서울 외곽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다른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주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 1.11%(12월 둘째주)였던 상승률이 0.98%(12월 셋째주)로 낮아졌고, 이번주에도 0.80%에 그쳤다. 2020년 12월 7일 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던 파주시 문발동 ‘숲속길마을3단지’ 전용 84㎡는 같은달 24일 3억1900만원에 손바뀜했다. 문발동 G공인 대표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발표 후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현재는 3억1000만원짜리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도 지난주 2.31%에서 이번주 0.52%로 상승률이 급감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직전인 12월 11~17일 공주에선 총 68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졌으나, 지정 이후인 18~24일에는 거래량이 10건에 그쳤다. 그 밖에 대구(0.43%→0.40%)와 울산(0.62%→0.60%), 광주(0.29%→0.18%) 등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만 규제지역으로 새로 편입된 지역들의 집값 상승률 하락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서울 집값이 규제를 뚫고 오르고 있어 지방 집값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연수/정연일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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