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토종 전기차업체들이 새로운 차종으로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경차급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스타트업들은 프리미엄급에서 테슬라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았던 테슬라의 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차급 전기차 판매량 급증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전기차 판매 1위는 상하이GM우링의 '훙광미니'가 차지했다. 이 차는 한 달 동안 2만8246대 팔리며 테슬라의 모델3(2만1604대)를 제쳤다.훙광미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 광시좡족자치구의 상용차업체인 우링자동차의 합자회사인 상하이GM우링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소형 전기차다. 경차 크기에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20㎞밖에 되지 않지만 2만8800위안(약 48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으로 서민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훙광미니는 지난해 8월 출시하자마자 1만5000대 팔리며 모델3(1만1811대)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 뒤 4개월 연속 1위를 달렸다. 중국 전기차 11월 판매량 10위 안에 훙광미니와 창청자동차의 헤이마오, 치뤼(영문명 chery)자동차의 eQ, 상하이GM우링의 바오준E100 등 경차급이 4종 포함됐다.
창청과 치뤼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강점이 있는 업체지만 전기차에선 경차로 재미를 보고 있다. 2019년에는 전체 전기차 판매 10위 내에 경차급이 2종밖에 없었지만 최근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중심으로 보급형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테슬라의 모델3는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다. 테슬라의 첫 해외 공장인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는 중국 판매 첫 달인 지난해 2월 3900대로 1위에 오른 뒤 7월까지 6개월 연속 전기차 선두를 달렸다.
준중형 세단인 모델3는 기본형 가격 26만9700위안(약 4504만원)이며 보조금을 적용하면 24만9900위안으로 내려간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당초 33만위안으로 잡았던 모델3 기본모델 가격을 지난해 초 29만9000위안으로 내린 데 이어 지난 10월까지 3차례 더 인하했다.
가격 인하와 중국 소비 활성화 추세에 힘입어 모델3의 11월 판매는 10월(1만2143대)보다 77% 늘었으나 훙광미니를 따라잡진 못했다. 11월 중국 전기차 판매는 14만3997대로 전월 대비 31%, 전년 동월 대비 148% 증가했다.
전기 SUV도 중국 토종이 선점
테슬라는 판매량 1위 자리를 뺏긴데다 프리미엄 부문에서도 토종 스타트업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리샹(리 오토), 위라이(NIO), 샤오펑, 웨이마 등 중국에서 '4대 신세력'으로 불리는 이 업체들의 11월 판매량 합계는 1만7605대로, 불과 반년 전인 지난 5월 8151대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나스닥 상장사인 리샹은 중형 SUV인 'ONE' 한 차종으로 지난 11월 4646대, 연간 누적 2만6498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ONE의 가격은 기본형 32만8000위안(5478만원)이다. 리샹 ONE은 30만위안 이하 전기차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혜택을 포기하고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매달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애국 소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토종 스타트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신무기인 준중형 SUV 모델Y를 중국 당국의 허가가 나오는대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 SUV 시장도 리샹 ONE과 웨이마 EX5, 위라이 ES6 등 토종 스타트업들이 이미 입지를 확보한 터라 판매량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시장분석업체 오토모빌리티는 예상했다.
CPCA는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이 작년(약 90만대)보다 70%가량 늘어난 15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토종 스타트업들이 판매량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더 많이 볼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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