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80여년만에 '사할린동포법' 시행… 지원 대상도 확대

입력 2021-01-01 15:40   수정 2021-01-01 15:41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돼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할린동포법’이 1일부터 시행된다. 2005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지 16년 만이다. 법안의 동포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

외교부는 1일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사할린동포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사할린동포법은 러시아 사할린섬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의 수립·시행 등에 관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는 법이다. 사할린 동포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 의해 당시 일본령이었던 남(南)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탄광, 토목공사장, 공장 등에 동원됐다. 수만명에 달했던 피해자들 중 대다수는 광복 후에도 6·25전쟁과 구 소련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인해 귀환하지 못했고 사할린섬에 무(無)국적자로 남게 됐다. 사할린동포법은 이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된다.

지난달 유엔 강제실종워킹그룹(WGEID)은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중 해방 이후 실종된 사람 10명에 대해 지난 7월 러시아 정부에 조사를 요청한 문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가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25명에 대한 진정서에 대한 유엔의 첫 공식 답변이다.

당시 유엔이 러시아 정부에 조사를 요청한 것을 두고 유족들의 해석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족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인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송환된데 반해 한인들만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소련 당국이 이들을 강제 억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련 당국이 북한의 남침을 비밀리에 승인한 뒤 6.25전쟁 발발 직후 수 만 명에 달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귀국할 경우 북한 측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이들을 강제 억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할린 동포 대다수의 고향은 영·호남 등 현재의 남한 지역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상당수의 사할린 동포 1세가 세상을 떠났지만, 사할린동포법은 2005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지 16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당시 법안은 별다른 이유없이 미뤄지다가 결국 폐기됐고, 여러 차례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가 20대 국회 막바지에 들어서야 결실을 맺었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통과돼 5월 공포됐다. 사할린 동포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 추진, 영주귀국·정착지원 신청 절차와 함께 지원 여부 결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법 시행과 함께 지원 범위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사업의 지원 범위는 사할린 동포 1세와 그 배우자 및 장애자녀로 한정됐지만, 지원 범위가 확대돼 직계비속 1인과 그 배우자도 포함되게 됐다. 사할린 한인협회는 현지의 생존한 동포 1세 530명과 2세 5000여명 정도가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교부는 “사할린 동포와 그 동반가족의 영주귀국과 정착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됨에 따라 사할린 동포의 지원과 피해구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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