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영웅들이 전하는 위로…"우리 함께 이겨내요"

입력 2021-01-01 17:27   수정 2021-01-08 17:54


서울시립서북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은희 씨(33·가명)는 석 달 전 결혼했다. 하지만 평생 한 번뿐이라는 신혼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밀려드는 확진자로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신랑과는 여전히 생이별 중이다. “서로 힘내자”는 영상 통화 몇 분이 너무 귀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 병원의 기계·설비 관리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남재훈 기계반장(52)은 오래전부터 집에서도 KF94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잠자리에 들 때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드나드는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올해 대학입시를 치른 아들을 위해서라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가족과 밥도 따로 먹고, 얘기도 잘 나누지 못한다.

남 반장은 “혹시 병원에서 일하다 바이러스를 묻혀와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가족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아 병원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루에 서너 번 샤워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1029명. 국내 누적 확진자는 6만1769명, 사망자는 917명으로 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셀프 공치사’를 하는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좀처럼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터 자체가 ‘코로나 전쟁터’인 사람들이 있다. 방역 현장을 지키는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이다. 식당 갈 시간이 없어 휴게실에서 즉석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간호사, 하루도 못 쉬고 출근하는 의사, 밤 12시에 운행을 마치고 들어온 지하철 객차를 소독하는 방역원, 낮에는 구청 민원여권과에서 일하다 밤에는 역학조사원으로 변신하는 공무원까지…. “고맙다” “감사하다”는 정도의 표현으로 넘어갈 수 없는 헌신과 봉사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새해라고 나아질 것은 전혀 없다. 피로감을 호소할 겨를도 없다. 자신들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부연 서울시립서북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말이 제대로 안 나올 정도로 모두 지친 상황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는 시민과 소상공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들에게도 힘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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