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식투자 전략…'핵심 가설' 지켜보고 '충동베팅' 피해야

입력 2021-01-01 17:48   수정 2021-01-01 23:33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히 선방한 편이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 초보자) A씨 얘기다. 지난해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30.8%, 코스닥지수가 44.6% 상승했다. A씨 수익률은 35%. 선방했다고 자평할 만하다.

시작은 우량주였다. 지난해 2월 지인이 대한항공 투자를 권했다. 경영권 분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까지 겹쳐 주가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보통 3만원 정도인데 2만원까지 빠졌으니 매수 기회라고 했다. 빠르면 가을쯤 코로나19가 끝나고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해서 주가가 제 자리를 찾을 테니 연말까지 목표수익률 50%로 투자하라고 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이라 악재는 분명한데 단기 악재쯤으로 치부하던 때였다. 그래서 지인의 조언을 따랐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코로나 폭락장으로 주가가 1만원 근처까지 급락했다. 부도를 면치 못할 거라는 흉흉한 예측까지 나돌았다. 코로나19를 얕본 게 화근이었다.

대한항공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자 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른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이 눈에 들어왔다. 손실을 빨리 만회하려는 조급함에 유행에 휩쓸리듯 덜컥 매수했다. 성급하게 덤빈 탓에 ‘주가는 내가 사면 빠진다’는 말이 여지없이 사실이 됐다. 열흘 만에 20% 손실을 보고 빠져나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한항공 주가가 3개월 만에 손실을 회복하자 다른 종목으로 갈아탔고 지난해 35%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새해 주식투자를 앞두고 A씨는 대한항공과 씨젠에서의 경험을 꼽씹어 보기로 했다. 대한항공에선 핵심 가설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게 결정적 맹점이었다.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 기업의 주가는 기다리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판단은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단기 악재로 본 가설을 당시 시장 분위기를 따라 순순히 받아들인 게 잘못이었다.

돌이켜보니 잘못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서다. 다만 예전보다는 핵심 가설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씨젠에선 거침없이 치솟는 주가를 보면서 비합리적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잘못이 보였다. 가설도 논리도 없었다. 자고 나면 뛰는 주가를 따라잡을 욕심만 가득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솔직히 이 문제도 100% 자신하지는 못할 것 같다.

A씨처럼 실수와 잘못을 후회한 뒤 새롭게 각오를 다졌지만 다시 실수하고 후회를 반복한 경험은 주식투자자들에겐 흔하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실수를 줄여가느냐가 관건이다.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해도 성공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선 금연 도전을 반복하다가 어떤 이는 성공하고 다른 이는 계속 애연가로 남는 것과 닮았다.

새해 주식시장에서 핵심 가설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그로 인해 주가는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라는 점이다. 이 가설이 흔들리면 지난해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고PER(주가수익비율) 주식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2%를 넘으면 대피하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 1.2%가 핵심 가설이 흔들리는 신호란 의미다.

비합리적 충동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믿는 데서 기인할 때가 많다. 지난해 짭짤한 수익을 본 사람이라면 이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해 수익은 실력이 아니라 ‘용기’의 대가일 수 있다”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조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급락장에서 겁먹지 않고 뛰어든 덕분에 수익이 난 것을 자신의 투자 실력이 좋아서라고 오해하지 말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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