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수술비가 사람 못지 않네"…펫보험 가입하는 집사들

입력 2021-01-03 17:17   수정 2021-01-04 02:45


두 살짜리 몰티즈 반려견 백호는 지난해 5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동물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백호는 이튿날 파열된 방광 복원수술부터 받았다. 1주일 입원 후에는 골반·대퇴골두 골절수술이 이어졌다. 다시 6일 뒤 엉덩이뼈 탈구수술을 받았고, 5일을 더 입원했다. 백호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20일간의 치료비로 736만원이 나왔다. 백호의 보호자는 석 달 전 들어둔 반려동물보험 덕을 톡톡히 봤다. 사고 직전까지 낸 보험료는 12만원 정도였는데, 병원비의 63%인 465만원을 돌려받았다.
“동물병원비 걱정 덜어드립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가 열리면서 펫(pet)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비는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난해 동물병원에서 1회 진료비로 평균 8만3000원을 썼고, 80.7%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수의학 발달로 기존에 치료하지 못 하거나 안 하던 질환의 진료가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을 활용하면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보험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실손의료보험과 비슷하다. 지출한 동물병원비의 일부를 지급하는 ‘의료비 실비 보상형’ 상품이다. 여기에 반려동물을 기를 때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비해 특약을 붙일 수 있다. 강아지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물었을 때에 대비한 배상책임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상품구조를 보면 보험료에 따라 의료비의 50% 또는 70%를 돌려주며 하루 1만원 안팎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영양제와 백신, 건강검진 등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수술·입원비의 ‘체감 보장률’은 70%에 조금 못 미치고, 외래진료비는 50%를 약간 웃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여러 보험사 비교해보고 드세요”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초기 단계다. 2018년부터 공격적 영업에 나선 메리츠화재가 80%대 점유율로 앞선 가운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메리츠화재에는 반려견 약 3만 마리, 반려묘 약 3000마리가 가입했다.

보험사마다 조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는 한 번 가입하면 반려동물이 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많이 가입하는 반려견 품종인 토이푸들의 만 0세 기준 월보험료는 3만3400원이다. 통원의료비(연간 500만원 한도), 입원의료비(500만원), 배상책임(1000만원)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삼성화재의 애니펫은 6개 플랜과 3개 특약을 조합할 수 있다. 종합 플랜을 선택하면 입원·수술·통원비, 배상책임 등은 물론 사망위로금까지 지급한다. 캐롯손해보험은 산책 도중 사고에 대비한 이색상품 스마트온펫산책보험을 내놨다. 산책 1회당 44원으로 배상책임, 실종 수색비용, 사망위로금을 보장한다. 개와 고양이 이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아직 없다.
보장조건·면책기간 꼼꼼히 확인을
인터넷 애견·애묘 카페에서는 펫보험의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품종과 나이에 따라 보험료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경우 어릴 때는 월 1만~3만원대지만 나이가 들면 월 10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소형견이 자주 앓는 슬개골 탈구, 피부염, 구강질환 등을 기본으로 보장하는 보험사도 있지만 특약 가입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펫보험도 사람 보험처럼 면책기간이 있다”며 “질병에 따라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장한다는 조항도 확인해 두라”고 조언했다.

맹견(猛犬)을 기르고 있다면 다음달부터 가입이 의무화되는 ‘맹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도 챙겨야 한다. 가입하지 않으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가입 대상은 도사견,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이들의 잡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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