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 백신, 구세주 될까

입력 2021-01-03 16:43   수정 2021-01-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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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말 약속을 지켰다. 구랍 마지막날이던 지난달 31일 저녁 질병관리청이 출입기자단에 긴급 브리핑을 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도입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정은경 질병청장이 직접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의 화상통화에서 물량 공급 약속을 받은 뒤 정부는 해를 넘기지 않고 최종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당초 이달께 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던 정부가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덕분에 백신 도입 시기도 앞당겨졌다. 백신 접종이 기약 없어 불안해하던 국민은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560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물량이다. 또 노바백스, 화이자와 각각 1500만 명분, 500만 명분을 더 들여오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 협상까지 잘 마무리되면 국내에 들여오는 백신은 최대 7600만 명분에 이른다. 우리 국민 5183만 명이 모두 접종받고도 남는다.
속전속결 도입했지만…
정부는 다음달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오는 9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 등에 비해 집단면역 형성 시기가 더 빠를 수도 있다. 집단면역이 생기면 일상 복귀가 가능해지고 경제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을 둘러싼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먼저 안전성 문제다. 우리가 도입하는 백신들은 1년도 채 걸리지 않고 속성으로 개발됐다. 세계적 위기 상황이다 보니 정상적인 신약 승인 절차를 생략했다. 게다가 화이자와 모더나가 만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거의 써본 적이 없는 백신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발열 두통 등 부작용이 경미하다. 다만 장기적으론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백신 제조사들이 부작용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 배경이다.

예방 효과의 지속 기간도 불확실하다. 독감 백신 효과는 통상 3~4개월 지속된다. 코로나 백신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각국의 집단면역 형성 시나리오가 복잡해졌다. 접종 범위와 횟수 등을 정하는 데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최선책은 단기간에 인구 대다수에게 접종하는 것이다. 의료 시스템이 잘돼 있는 우리나라에선 시도해볼 만한 전략이다.
걱정스런 백신 맹신주의
코로나19는 인류가 처음 겪는 독한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치사율은 독감의 10배 이상이면서 확산 속도는 2배 이상 빠르다. 치사율과 확산 속도는 반비례한다는 기존 감염병 공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유행 시기도 겨울철에 국한되지 않고 사시사철 때를 가리지 않는다. 면역력이 좋은 20, 30대도 안전하지 않다. 백신의 등장에도 과학자들이 섣불리 ‘코로나 종식’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다. 아직도 우린 코로나19에 너무 무지하다.

백신 도입 성과에도 정부는 다시 방역 시험대에 올랐다. 1년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국민에게 백신은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자연히 방역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접종받은 국민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자칫 백신 맹신주의에 방역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국민을 설득할 새로운 방역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새해에는 ‘경제 정상화 모범국’이란 말을 듣게 되기를 바란다.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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