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반성이 중요" 이틀 만에 물러선 이낙연

입력 2021-01-03 17:40   수정 2021-01-04 03:30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이낙연 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사자의 사과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3일 밝혔다. 이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위해 당내 설득에 나섰지만,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강경한 반발에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 논의 결과가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틀 만에 사면론 후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사면 논의에 대해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 논의의 일정과 방식 등을 묻는 질문에도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불과 이틀 전 당 대표가 고심 끝에 제안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두고 “당사자들의 반성이 우선”이라는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에선 사면 논의가 더 진행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 등 국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국민의 통합된 힘이 필요했다”며 사면 건의 관련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 진영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박 전 대통령의 판결 결과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보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이후 사면 논의를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본인 잘못을 사과할 수 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면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에 대해 이 대표는 “그런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굳이 입장 밝힐 필요 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사면론을 전격 꺼내든 이후 찬·반 의견이 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의원을 위주로 ‘절대 불가’라는 강경한 의견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치적 통합’을 내세우며 ‘사면 불가피론’도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우상호 의원과 탄핵에 앞장섰던 안민석 정청래 의원 등도 사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안 의원은 사면론에 대해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이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반면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잘한 판단”이라며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SNS에 “민주당과 대표는 대통령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대권을 두고 당내에서 경쟁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두 대통령의 사면론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날은 의견 표명을 자제했다. ‘추미애-윤석열’ 충돌 사태처럼 민감한 현안에 거리를 두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위 회의에서 사면에 앞서 당사자 사과와 국민 및 당원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고 못 박으면서 민주당 내 사면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의 결정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정치적으로 재판받는 사람에게 반성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라며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靑 “당 논의 지켜보자” 신중 모드
청와대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말을 아끼며 일단은 당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법절차가 남아 있고 당내 의견뿐 아니라 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형 확정이 남은 데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며 “당 대표가 의제를 던진 만큼 우선은 당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가 사면과 관련해 사전에 문 대통령과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훈/강영연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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