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절대권력 차지한 여당의 일방통행
정치학 교과서나 정치 관련 서적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하나 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는 것이다. 영국의 종교 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존 달버그 액튼*John Dalberg-Acton) 경이 1887년 성공회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구절이라고 한다.19세기 사람이었던 액튼 경은 당시 날로 높아만 가는 교황의 권력과 영향력을 어떤 형태로든 견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으로 이런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이 명언은 이후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정치체제가 등장하고 명멸했지만 정치권력이 있는 곳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되는 하나의 정치 법칙으로 자리잡게됐다.
요즘 한국 상황을 보면 새삼 그의 명언이 다시금 떠오른다.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집권한 여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적폐를 한켜 한켜 쌓아올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온갖 편법과 위법 내지 불법까지도 동원해 그런 비리와 부패를 감추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국회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절대권력'을 휘어잡았고 급기야 '절대 부패'의 길로 접어든 듯하다. 부패는 꼭 물질적 이득을 취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어 일사천리식으로 통과시키는 것도 일종의 부패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수사가 정권을 향해 조여오자 검찰총장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거의 무법(無法)부 장관처럼 거의 난동을 부리다시피한 일은 왜 절대권력이 위험한 지를 새삼 국민들에게 일깨워줬다.
노동계 절대권력, 민주노총의 부패
심각한 것은 이런 절대권력의 절대 부패 현상이 정치권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말 치러진 민주노총의 차기 위원장 선거는 부정행위로 얼룩지고 말았다. 선거부정 행위는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인해 공개한 것만 15건에 달했다. 네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1차 투표에서 가장 적은 표를 얻은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명의 후보에서 모두 선거부정 혐의가 적발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각 지역본부장 선거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부정행위가 불거졌다. 우여곡절 끝에 양경수 후보가 차기 위원장에 당선됐지만 양 후보 측은 민주노총 선관위로부터 두 차례나 부정선거 혐의가 적발돼 경고를 받기도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민주노총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긴 말이 필요 없다. 말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개혁을 실종시킨 것은 물론 이전 정부의 노동개혁조차 원점으로 되돌리는 등 정부의 거의 모든 노동관련 정책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해왔다. 정부는 늘 민주노총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고 코로나 방역에서도 민주노총은 '특권'을 부여 받다시피했다.
정부는 우파단체들의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점에도 버스로 차벽까지 쳐가며 원천봉쇄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사전에 강력한 경고까지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하루 10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의 차량시위는 자제 경고 수준에 그쳤을 뿐, 원천봉쇄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9년 창립 25주년만에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은 이제 그야말로 절대 권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력을 향해서도, 노동계 내에서도 절대 권력이 된 그들에게 거리낌이란 없는 듯하다. 그 내부에서 선거부정 등 부패의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법칙인 셈이다.
전교조도 부정 선거로 얼룩
역시 지난해말 치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도 수차례 부정선거운동이 내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선관위는 지난해 11월말부터 12월초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 나선 3명의 후보 선거운동본부에 각각 2~4회씩 선거 관리 규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결선투표 결과, 가장 많은 4회의 경고를 받은 후보가 당선됐다. 전교조 선거 규정은 경고를 6차례 받았을 경우에만 정식 징계를 받도록 돼 있어 당선자는 아무 탈 없이 위원장이 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들어 전교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기세가 올라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해직자가 가입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법외 노조'가 됐던 전교조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7년만에 법외 노조 딱지를 떼고 합법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교조가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몇년간 가장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던 전교조의 목소리 역시 현 정부들어 사실상 실현됐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 제목은 '나라를 나라답게'다. 공약집 첫 페이지를 넘기면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대한민국' 이라는 제목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소외된 노동자의 인권을, 전교조는 참교육을 각각 강조하며 과거 그 첫발을 떼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국민들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나. "이게 나라냐"는 한탄이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서 악취가 진동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가 또 다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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