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지인들에게 둘째는 꼭 입양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간절히 입양을 원했던 양부모.
위탁모의 7개월간 돌봄 끝에 양부모의 품에 안긴 정인이는 9개월 뒤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장기 내부는 물론 온몸이 학대의 흔적으로 처참한 상태였다.
입양된지 271일 동안 양부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목숨을 잃은 16개월 정인이. 그 죽음을 그냥 또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양부모에 대한 재판은 다음 주인 13일 시작될 예정이며 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망 당시 정인이는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뼈가 깨져 있었다. 응급실에 들어온 순간 학대를 직감한 의사들은 옆에서 울고불고 오열하는 양모를 보며 악마를 떠올렸다고 한다.
양모 장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소파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폭행을 부인했다.
그러다가 "밥을 먹지 않아서 들고 흔들다 가슴이 아파서 아이를 떨어뜨렸는데 의자에 복부가 부딪혔다"며 말을 바꿨다. 당시 장 씨는 가슴수술을 받은 후였다.
장 씨는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남편은 폭행을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오는 13일부터 재판을 받게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 양부모를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지난달 20일 종료된 해당 청원에는 23만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이 사건에 대해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죄값을 받게 해달라"면서 "16개월 아기를 쇳덩이로 수차례 내리찍고 방치하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죽을 줄 몰랐다 한들 그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학대부터 장기간 계획적으로 가해졌지만, 설사 우발적이라 주장한다 한들 살인은 살인이다"라며 "상대는 힘없고 말 못하고, 법적 부모인 가해자들에게 학대당하면서도 그들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었던, 막 영아를 벗어난 힘없는 16개월 유아다"라고 비탄했다.
그러면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받아도 모자랄 잔혹 범죄다"라며 "세 차례나 경찰이 신고를 가볍게 여겨 아기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 사건을 학대치사로 처리하는것은 공권력이 아기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대통령께서 직접 읽어보고 직접 대응방안에 대한 지시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지인, 어린이집 교사, 소아과 의사로부터 3번이나 신고를 접수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찰은 '어디가 찢어지거나 부러진 게 아니면 학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그렇다면 재판을 약 열흘 앞두고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할까. 또 학대치사와 살인죄의 형량은 어떻게 차이가 날까.
법알못 자문단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법상의 살인죄에 대해서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어 사형이라는 형벌 빼고는 형량은 유사하다"고 전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그러나 고의로 작정하고 죽인 것과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완전히 다른 범죄다"라며 "신체 가장 안쪽에 있는 췌장이 절단된 16개월 아이의 죽음을 어떻게 과실범죄로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대법원도 폭행에 의해 췌장이 파열된 사건에서 살인죄를 인정한바 있다"면서 "오로지 양부모의 폭행을 온몸으로 견딘 16개월 아이의 죽음이다. 수사당국은 양부모의 시각이 아니라 시시각각 상상할수 없는 죽음의 고통을 오롯하게 감당한 16개월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인이 사망은 양모에 의한 살인이다. 살인죄를 물어야 양부모의 극악한 범죄에 상응한 형법상의 최고 형벌이 구형될수 있다"면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의적 청구로 살인을, 예비적 청구로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 파열로 인한 사망을 살인으로 판단한 판례는 제주 여교사 살인사건 재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20대 여교사를 살해한 종교인 김모 씨에 대해 30년 징역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8년 6월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아파트에서 피해자 A씨의 얼굴과 몸통 등을 마구 때려 복부 좌상에 의한 췌장 파열로 숨지게 했다.
대법원은 살인, 특수폭행,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씨에게 30년을 선고한 2심 원심을 인용했다.
A 씨 부검 결과 췌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다. 검찰은 A 씨의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췌장이 파열된 점으로 비춰 살해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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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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