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새해 첫 외부 일정서 "일제가 허리 자른 임청각 복원" 강조

입력 2021-01-04 15:24   수정 2021-01-04 15:33



"일제의 중앙선 우회로 99칸 고택의 절반이 잘려나간 임청각을 복원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 깊다."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4일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고속철도 개통 현장을 맞은 문 대통령은 "중부내륙지역도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한 뒤 경북 안동의 임청각 복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철도의 역사에는 한맺힌 이야기들이 배어 있다"며 "일제강점기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무장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안동 '임청각' 한가운데를 중앙선 철도가 가로질렀다"며 아픈 역사를 소개했다.

경북 안동에 소재한 임청각은 이상룡 선생을 포함 도합 11명이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 명가다. 하지만 99칸 고택이던 임청각은 일제가 "정기를 끊어놓겠다"며 1941년 마당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선로를 설치하면서 허리가 끊기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80년간 옛 고택 한복판으로 매일 열차가 지나다녔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이 조선말 의병의 정신적 지주 인 고사홍 대감 댁 한복판으로 철도 노선을 뚫어 폐가망신케 하는 장면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임청각의 슬픈 역사는 2017년 8월 광복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할 대한민국이 현실이다.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며 강한 복원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통식에서도 "임청각이 있었던 중앙선의 기존 노선을 보면 얼마든지 직선으로, 임청각을 지나지 않을수도 있었는데 일제가 의도적으로 노선을 우회시켜가면서 임청각을 중앙선으로 하여금 관통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이례적으로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 선생이 동행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다. "이 철길에 안동 임청각 마당을 통과하는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선생은 "백두대간 힘든 공사를 이렇게 빨리 개통해 줘서 감사하다"며 문 대통령과 현장 근로자들에게 사의를 밝혔다.

임청각을 지나는 중앙선 선로변경이 마무리된 만큼 오는 6월부터는 주변 정비착업에 착수, 2025년 복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안동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이어지는 중앙선 전철화 구간은 2022년 말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 마무리발언에서 "임청각 뿐 아니라 옆이 있는 신라시대 국보인 모전석탑도 중앙선 운영으로 날로 훼손되어 가고 있었는데 우리가 제대로 되살리고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민족정기를 바로 일으켜세웠다는 아주 큰 의미까지 함께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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