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단체들 "사업주 안전의무 다했다면 처벌 피할길 마련해달라"

입력 2021-01-04 15:52   수정 2021-01-04 16:00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5개 중소기업단체가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제정이 불가피하다면 반복적인 사망사고만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다루고, 기업이 명확하게 규정된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기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해 중소형 건설사를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 기계설비공사업계를 대표하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경영혁신 인증업체 단체인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은 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법 제정 중단을 호소했다. 국회의 중대재해법 처리 기한(오는 8일)이 임박해지자 663만개 중소기업계의 반대 목소리를 다시 전달한 것이다.

김기문 회장은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중소기업은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대표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라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이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비롯해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등으로 '4중 처벌'하는 규제"라며 "추정에 의한 형사처벌 규정 등도 입법 전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 보다 높다"며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으로만 되어 있는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단체들은 사고의 책임에서 근로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사업주만 처벌토록 한 것도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건설업의 경우 최근 5년간 사망사고 원인의 절반이상은 보호구 미착용, 절차 미준수 등 근로자 개인 부주의 때문이었다.


중소기업단체들은 제정이 불가피하다면 일반적인 산재사고나 과실로 인한 1인 사망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책임을 무조건 기업 탓으로 돌리기보다 사업주가 안전 조치의 의무를 다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주에 대한 징역 하한 규정 역시 상한으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산재 사고의 직접 연관성을 가진자에 대한 처벌(산안법상 7년이하 징역)보다 간접적인 관리 책임자인 사업주에게 더 과도한 처벌(2년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기문 회장은 "우리나라의 재해 처벌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이며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부적인 현장 지침”이라며 “지금이라도 산재를 제대로 예방하기 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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