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최근 <오늘부터 돈독하게> 라는 책을 낸 김얀 작가는 경기 부천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월수입은 90만원. 투자금 대비 연 10%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왜 서울 아파트에만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비싸서 넘볼 수 없게 올라버린 아파트를 사지 못해 아쉬워하는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간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임대인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작가는 "부동산 수익률을 보통 연 5% 정도로 잡는데. 셰어하우스 등 임대는 연 10%정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로 월소득 90만원
8일 만난 김 작가는 스스로를 '돈독이 오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돈독 인생(?)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2019년 7월 시작됐다. 2018년 그는 친구 집에 전세입자로 살고 있었다. 친구의 배려로 전세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했다. 수입은 괜찮았다. 이용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전세 계약기간이 끝난후 장기 거주를 하고 있던 몇 명이 계속 김 작가와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빌라를 사서 본격적으로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연소득 480만원의 그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은 없었다. 김 작가는 "돈이 없으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구나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돈을 공부해야한다고 각성한 시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만들기에 들어간다. 주 4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동시에 글쓰기, 임대사업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는 월 48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그동안 인터뷰집에서 소개한 사람들과 달리 집을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시세차익보다는 매달 들어오는 월소득으로 버는 것이 목표다. 김 작가는 2019년 방 3개, 화장실 2개의 13년된 빌라를 1억초반에 구입했다. 은행 대출을 매입 자금의 40%밖에 받지 못해서 30%는 어머니가 어렵게 모은 종잣돈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마련했다. 여기에 현재 3명의 임차인이 살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월세는 관리비 포함해서 30만원이고 보증금도 없다. 고시원, 원룸 등에 사는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3명 중 2명은 전 전셋집부터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다. 1명은 이 셰어하우스가 시작된 2019년 10월부터 함께 살았다. 그는 "지금도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방이 나질 않는다"며 "내년에 셰어하우스를 하나 더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주택이 되면 세금을 좀 더 내겠지만 버는 것보다는 많지 않을 것 같아 할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이 집 거실에 자기 공간을 작게 마련해 거기서 지낸다.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개인 사무실로 쓰고 있는 집 근처 오피스텔로 가면 된다. 집에서는 오히려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그는 "집에 대한 이자, 원금, 관리비, 용돈 정도까지는 이 집에서 벌고 있다"며 "그분들 덕분이니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건물주가 목표
그는 빌라를 사기위해 6개월 넘게 집을 보러다녔다. "부동산을 커피숍 다니듯 드나들었다"고 회상했다. 밥 먹고 차마시는 대신 부동산에 가서 앉아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인천 부천역 3분거리에 저렴한 빌라를 급매로 살 수 있었다. 그는 "리모델링까지 된 빌라여서 수리비도 들지 않았다"며 "가진 돈에서 최선의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최대한 팔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부 시세차익도 올렸다. 빌라 가격은 구매가보다 20%정도 올랐다. 앞으로 사고 싶은 집을 묻자 수원 광교의 상가주택 건물이라는 구체적인 답이 나왔다. 임대수익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이 갖고 싶다는 설명이다. "광교신도시는 서울, 판교 등과 가까워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신도시라 깨끗하면서 적당히 붐비고 한적해요. 1층에는 상가를 주고, 2, 3층을 주거 공간으로 쓰면서 셰어하우스로 임대소득을 올리고 싶습니다."
살고 싶은 집은 그때 그때 용도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도심은 아니지만 적당히 서울과 가까운 신도시가 좋다고 했다. 집을 고를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 전망, 서울과 적당한 거리다. 그는 "전망은 적당히 나무가 보이는 정도면 좋을 것 같다"며 "너무 도심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수도권 신도시가 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넓은 집에 대한 로망도 없다. 김 작가는 "청소하기 힘들고, 관리비도 많이 나오고 특별히 원하지 않는다"며 "셰어하우스를 하게 아니고 혼자 살거라면 실용적인 집이 낫다"고 말했다.
집에 꼭 갖추고 싶은 구성품은 빔프로젝트, 좋은 의자, 넓은 테이블이다.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테이블에 앉아 좋은 글도 쓰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도 해먹으며 교류하며 살고 싶어요."
◆아파트만 고집말고 새로운 방법 찾길
그에게 집은 돈을 버는 수단인 동시에 사람들을 만나고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나가는 공간이다. 김 작가는 "에어비앤비를 해보면 여행객만 오는게 아니라 다양한 국적, 문화의 사람들이 온다"며 "집은 그저 쉬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머니앤아트 온라인 살롱'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머니팀은 일반인, 아트팀은 예술인으로 구성된다. 비슷한 또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돈'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이다. 그는 "돈과 예술을 섞어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서울 강남, 한강변 아파트만 생각하는 젊은 인재들이 부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머니앤아트 음악팀에서 주식송도 만들었다. 그는 "음원으로 만들어서 증권회사에 광고음악으로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한강뷰 아파트만 고집하는 또래들에게 조금만 내려놓으면 훨씬 빨리 자기 집을 소유해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년만에 빌라와 작업실 오피스텔을 구해서 주거나 작업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졌고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