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를 전제로 한 사면 주장은)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그는 “정치적 보복으로 잡혀갔는데 내주려면 곱게 내줘야지 무슨 소리냐는 게 당사자들의 입장 아니겠냐”며 조건부 사면 논의를 일축했다. 옛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사면론을 꺼내든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가 슬슬 발을 빼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을 장난감 취급한 건가”라고 했다.
오는 14일 최종 선고를 앞둔 박 전 대통령 측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옛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전 의원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이제 와서 당사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 것은 아주 비도덕적인 요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사면 관련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불신임론이 제기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사면 문제가) 민주당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불신임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 퇴진과 함께 차기 대선 불출마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판단해서 사면을 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게 사면”이라며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대통령과) 교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문제가 그냥 갑작스럽게 터져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은이/이동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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