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기지를 건립한다. 내년부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초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수출을 승인하기로 의결했다. 이 시스템은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국가 핵심 기술이어서 해외에 관련 생산시설을 마련하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설립하겠다며 산업부에 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추진하는 공정에서 국가 핵심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기술 안보적 측면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수소전기차를 일정 규모 이상 판매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건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일반 소비자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향후 지자체가 보조금 집행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차량 보조금 지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지자체 손에 달렸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쓰촨에 있는 상용차 공장을 수소전기트럭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광저우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쓰촨 공장에서 수소전기트럭을 만들어 현지에 판매하는 방안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 2만7000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업계는 상용차 시장에서는 수소전기차가 전기차보다 더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트럭이 기존 디젤트럭 수준의 주행 거리를 확보하려면 배터리 용량을 대폭 키워야 하고, 그만큼 화물 적재 공간이 줄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전기차의 10~30% 수준이고, 1회 주행 거리도 길다. 상용차는 일정한 동선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수소전기차의 단점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현대차가 생산한 일부 수소연료전지는 외부 기업에 판매할 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선박과 열차, 발전소 등 분야에서 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출범시켰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70만 기를 생산할 계획인데, 이 중 20만 기는 수소전기차 외 분야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저우 공장을 통해 중국 수소경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라며 “친환경 이미지를 확고하게 만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부진을 벗어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수소 관련 업체들도 중국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광저우 자동차그룹과 연구개발 합자회사를 설립했고, 발라드와 보쉬 등 연료전지업체들은 현지 공장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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