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조치 협조했더니 빚만 남았다"…들끓는 자영업자들

입력 2021-01-05 17:37   수정 2021-01-14 18: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핀셋 방역’ 조치에 따른 형평성 논란에 더해 적절한 보상마저 없어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출 97% 줄었는데 보상은 없어”

5일 참여연대 등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상인들의 손실보상을 촉구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관련 법과 지방자치단체 고시에 손실보상에 대한 아무런 근거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방역 조치에 협조했지만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재선 씨는 “임차료뿐만 아니라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더 이상 대출도 되지 않아 고이율의 현금서비스까지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원책의 사각지대도 지적됐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다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한 한문태 씨는 대목인 12월을 기준으로 매출이 2019년 5800여만원에서 지난해 160여만원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씨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매출이 연 4억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대상을 2019년 기준 연 매출 4억원 이하로 제한해서다.

시민단체들은 자영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손실보상도 규정하고 있지 않는 관련 법제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대리를 맡은 김남주 참여연대 변호사는 “이미 감염병예방법에 어로 활동을 제한·금지하는 경우 손실보상 규정을 두고 있으며, 해당 법안과 비슷한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각종 제한명령에 따른 보상규정이 있다”며 “유독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조치만 법과 고시 모두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17일 이후 영업제한 완화 시사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손해에 비해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학원 원장, 헬스장 업주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카페 사장들은 국회 등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수도권노래연습장비상대책위원회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코인노래방과 고깃집을 함께 운영하는 정미영 씨(40)는 “업주가 한 명이라는 이유로 한 곳밖에 지원이 안 된다”며 “3차 지원금까지 총 550만원을 지원받게 되는데 노래방과 식당 한 달치 월세밖에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지역 자영업자들도 들끓고 있다. 광주지역 유흥주점 업소들도 집합금지 방역수칙에 반발해 5일부터 오는 17일까지 ‘간판 점등’ 시위를 하기로 했다.

잇따른 반발에 이날 정부는 17일까지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재조정할 때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7일까지 거리두기 노력이 집중적으로 전개돼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난다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다중이용시설 집단감염은 전체 확진자의 48% 정도를 차지했지만, 12월 말에는 30% 이내로 떨어졌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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