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를 외주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들이 슈퍼 호황기에 접어든 가장 큰 이유로 수요 급증을 들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엔 시스템 반도체가 빠짐없이 들어간다. 사물인터넷(IoT), AI 등의 신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두뇌’가 필요한 제품군이 확대됐다.
이전 반도체산업의 중심은 CPU와 메모리 반도체였다. D램에 저장된 데이터를 CPU를 활용해 연산하는 식이다. 지워지면 안 되는 정보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저장했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PC 외에도 스마트폰, 태블릿,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전자 플랫폼이 생겨났다. 냉장고, 세탁기, TV에도 스마트 기능이 들어가면서 컴퓨터처럼 정보를 처리하게 됐다.
문제는 시스템 반도체의 공급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는 점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구성하는 부품이 기기마다 다르다. 세탁기·건조기에는 CPU와 통신용칩(모뎀)이 필요하지만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은 쓰이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특성의 제품을 조금씩 제조해야 하는 탓에 일찍부터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을 각기 다른 업체가 맡는 것이 일반화됐다. 시스템 반도체를 외주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진입장벽이 상당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능을 넣으려면 초미세공정에서 AP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DB하이텍도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수주산업 특성상 파운드리업체는 발주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수요가 몰리면서 골라서 주문을 받는 상황으로 구조가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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