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다. 지난해 초 소문으로 돌았던 매각설이 결국 현실화됐다. 몸값이 최대 5조원 수준에 달하는 만큼 매각이 성사되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커머스 치킨 게임서 주도권 잡기 '실패'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본사 미국 이베이는 한국 법인을 매각하기 위해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공동 선임했다. 매각 측은 국내 유통 대기업,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등 잠재 인수 후보들을 상대로 사전 마케팅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미국 이베이는 2018년부터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기 위해 국내 유통 대기업들을 상대로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가격 눈높이 차이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측은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매각은 시기 문제로 내다봤다. 미국 이베이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공격을 받아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각종 사업부 매각에 나서면서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한 때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이었지만 쿠팡, 티몬 등 경쟁 업체의 등장으로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었다.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지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은 오픈마켓 1, 2위 업체다. 이들은 소규모 쇼핑몰들이 입점해 수수료를 내고 판매를 형식으로 운영된다. 자체 유통망을 가지고 제품을 직매입해 판매를 위주로 하는 쿠팡, 티몬, 위메프 등과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쿠팡,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출혈 경쟁을 벌이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이베이코리아는 수익성에만 집중하면서다.
네이버가 오픈마켓 사업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쇼핑 부문을 대폭 강화한 점도 이베이코리아로서는 치명적이다. 네이버는 위탁 판매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네이버페이 결제 시스템의 편리성을 제공하자 소상공인들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했다. 이베이코리아도 스마일카드 출시 등을 통해 고군분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미 쿠팡, 네이버 등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거래액은 2019년 2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0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베이코리아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정체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매년 평균 20% 수준에 달하는데 반해 이베이코리아는 아쉬운 수준이다. 2017년 매출 951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615억원을 기록해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3억원에서 61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이커머스 업체 모두 호황기를 맞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유일한 흑자 업체... 몸값이 최대 관건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데다 제조, 금융 등에 다른 업종에 비하면 인수 매력도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많다. 롯데, 신세계 등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1위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 롯데, 신세계는 이미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과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유사한 오픈마켓 모델이다. 두 플랫폼 모두 올해 코로나 여파에 힙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한계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지난해부터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자금력 면에서는 PEF가 우위에 있다. 국내외 대형 PEF는 지난해 대규모 펀드 조성으로 실탄을 확보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관망세를 취했다. 통상적으로 PEF들이 펀드 조성 2년 내 적극 자금 소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조 단위 규모 매물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유통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한 PEF로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티몬에 투자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있다. 이들 외에도 글로벌 PEF들이 유통 대기업과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대 관건은 몸값이다. 매각 측에서는 최소 5조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체의 기업가치 평가 계산시 거래액을 기준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 약 17조원에 약 0.3배수를 적용한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3조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쿠팡, 티몬 등과는 사업모델이 다른 만큼 유사 거래 배수로 비교할 수 없고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업종은 약간 다르지만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조만간 매각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라 이베이코리아 거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이 이미 오픈마켓을 병행하는 사업모델로 변경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 이베이코리아는 경쟁력 측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면서도 "네이버, 쿠팡에 이어 3위 거래액 규모 업체기 때문에 가격이 적당하다면 매각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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